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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Jul 04. 2018

우울증으로 힘드신가요?

우울증(Depression)에 대한 다양한 고찰 및 치료법 살펴보기

 아침 7시를 알리는 알람소리를 무시한 채로 어두운 방에서 피곤하지도 않은 채로 누워서 자고, 계속 그렇게 자다 보면 9시가 넘어 10시가 되고, 결국에는 점심이 되어도 침대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본 적이 있나요? 재미있는 취미생활, 영화감상, 맛집을 가도 예전 같은 즐거움이 없고 세상이 축축한 회색빛으로 보이고 머릿 속 두뇌는 마치 뿌연 안개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으로 극도의 우울함과 불안이 가슴을 가득 채운 채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다면, 독자님은 지금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아마 현대인들이 한 평생 살면서 한 번쯤 가장 걸리기 쉬운 정신질환이 있다면 그것은 우울증(Depression) 일 것입니다. 미국 전국 통계 기준으로 18세 이상 성인중 우울증 발병률은 9.5%라고 하니 (Beck and Alford, 2009), 실제로 통계에 포함이 되지 않은 수치를 포함하면 10%가 넘을 것이고 한국인들의 우울증 발병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 우울함이라기보다는 "왜곡"된 사고방식입니다. 우울증 환우들은 세상이나 자기 삶의 현실을 기본적으로 객관적인 사실 기반으로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해석하거나 극도로 불안하게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심지어 재벌 부인같이 부유한 사람도 우울증에 걸리면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논문 저널에 수십 개의 논문을 발행한 훌륭한 의대 교수조차 자신은 그다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열등감에 휩싸인 채 지내기도 합니다.



우울증의 증상을 기록해 놓은 역사문헌은 많은데, 2세기에는 내과의사였던 Aretaeus가 "슬퍼하고, 황망해하며, 잠을 못 자는 사람"으로 우울증 환우의 특징을 묘사했고, 4세기에는 Hippocrates가 "Melacholia"라고 임상적 분류를 만들어서 정서적인 변화가 크며 망상적 행동을 하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을 그 항목에 포함시켜서 분류했습니다 (Beck and Alford, 2009).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OECD 국가들 중에서 자살률 1위 또는 2위를 꾸준히 기록해 오고 있으며,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30명 남짓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슬픈 사회 현상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그와 연관된 배경 요소들 중에 우울증을 빼놓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울증의 진단 기준>

* DSM-5에 의하면 어떤 사람을 우울증 환우로 진단 내리려면 그 사람의 행동 및 증상들이 다음의 기준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음의 증상 가운데 5가지(또는 그 이상)가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 증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1) 우울 기분이거나 (2)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이어야 합니다.


1.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예, 슬픔, 공허함 또는 절망감)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됨(예- 눈물 흘림) (참조: 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나기도 함)

2.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해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3. 체중 조절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체중의 감소(예- 1개월 동안 5% 이상의 체중변화)나 체중의 증가, 거의 매일 나타나는 식욕의 감소나 증가가 있음 (주의점: 아동에서는 체중 증가가 기대치에 미달되는 경우)

4.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함, 단지 주관적인 좌불안석 혹은 처지는 느낌뿐만이 아님)

6. 거의 매일 나타나는 피로나 활력의 상실

7. 거의 매일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망상적일 수도 있는)을 느낌(단순히 병이 있다는데 대한 자책이나 죄책감이 아님)

8. 거의 매일 나타나는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또는 우유부단함(주관적인 호소나 객관적인 관찰 가능함)

9.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물론 위  DSM-5는 미국의 신경정신과에서 만든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한 책이므로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정확히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위의 기준이 꽤 타당한 참고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증상을 자주 보입니다. (Beck and Alford, 2009)

1. 기분과 정서가 특정한 패턴으로 고착되어 바뀐다 - 예) 슬픔, 외로움, 무감각

2. 자기 비난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봄

3. 후퇴 및 자기 징벌적인 태도 - 예) 회피, 도망, 또는 죽음

4. 무의식적 변화 -예) 거식증, 불면증, 성욕 감퇴

5. 활동력의 변화 -예) 느린 행동, 짜증



일반적으로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와 항우울제 약물치료를 권장받게 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매일매일 언제 어떤 생각이나 경험에 의해 부정적인 기분이 되는지 일일이 자세히 기록하면서 내담자가 어떤 종류의 왜곡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를 추적하여 그런 왜곡된 사고를 교정하는 치료법이며, 약물 치료는 말 그대로 우울한 기분을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항우울제를 먹는 치료법입니다. 인지행동치료법은 제가 예전 "불안장애" 파트에서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을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추후에 기회가 되면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더 자세하고 명확한 설명을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산책, 친한 친구나 의지할 만한 사람과의 교류, 간단한 취미생활, 상담치료, 종교 생활 등이 권유됩니다.


우울증에 걸리면 마치 잔뜩 찌그러진 우유곽처럼 마음이 주눅 들고,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본의 아니게 세상을 보는 눈도 굴절되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얼룩으로 필터링되는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기 때문에 "왜곡 현상"이 자칫 가속화 될어 심화될 수 있습니다. 한 번 강둑이 터져서 무너지면 물살에 의해 더 많이 무너지고 파손되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왜곡과 마음 속 부정적 감정이 더 안 좋게 불어 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노력과 의지를 쉽게 발휘하기 힘들게 되죠. 따라서 가족과 친구, 주변 전문가들의 진정성과 인내심을 겸비한 도움이 필수입니다.



제가 다양한 사람들의 우울증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증상들에 대해 느끼는 것은 마치 차들이 각자 고유한 곳에서 출발해서 잠시 지금 빨간 신호등 앞에서 나란히 서있는 동안 "같은 곳"에 정차해 있지만 신호가 바뀌면 달리고 달려서 자기만의 목표지점으로 가듯이, 우울증 환우들도 현재는 공통적으로 우울증이라는 라벨을 가슴에 달고 있지만, 각각의 환우들이 우울증에 걸리게 된 배경과 이유는 고유하며, 각 환우들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나 치유 과정도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경험과 과정들을 모아서 읽고 관련 서적들을 읽다 보니 그래도 공통점이나 유사점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교육을 받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그리고 그 외 다른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로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습니다. 그런 교육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선택적으로 걸러서 듣고 교육 받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적으로 마음에 새기며, 때로는 마음에 그런 내용들이 강제적으로 새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 살 교육 여든 간다"는 말이 있는 것이겠죠.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얻어진 가치관과 신념체계는 부지불식간에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불균형하게 만들며, 이런 불균형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 그 데미지가 누적되고 결국 그 누적된 스트레스가 가장 취약한 곳에서 터져버린 다는 것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 운동회 때 오재미를 던지다 보면, 큰 바구니가 마침내 "펑"하고 터지는 것처럼 말이죠. 또 다른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방 청소로 그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은 자주 방을 청소하죠. 방을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고, 때로는 스팀청소기까지 동원해서 더 깨끗이 닦죠. 그리고 방이 깨끗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책상이나 침대를 번쩍 들어 올리면 그 밑에 있던 엄청난 먼지와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놀랐던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런 방과 그 방을 청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현대인들은 하루를 아침부터 성실히 살고, 회사에서 헌신하고, 가정에서도 책임감 있는 배우자, 그리고 자상한 부모가 되려고 하며, 친구와 친척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우울증에 시달리며 그 어두운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매일 침전하는 가운데 이렇게 불만을 표출합니다.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야?"


우울증 환우분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착실한 분들이 많습니다. 남들에게 폐끼치는 것을 싫어하며, 부모에게 교육받고 배운 것을 소중히 여기며, 가정과 사회에 헌신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다만, 그런 성격과 가치관이 무척 훌륭하고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그런 한 가지 방식에만 좁고 깊게 빠져 그 방식을 고수하는 경향 또한 큰 것 같습니다. 삶은 살아가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매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관만이 유일한 해답인 것처럼 생각하거나, 과거로부터 사용해온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싫어하거나, 타인의 평가와 관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쌓여가는 구석구석의 먼지와 쓰레기를 파악하고 제 때에 처리하지 못하다가 누적된 스트레스가 일정 한계를 넘어선 뒤에야 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우울증은 어떻게 이해하면,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잠시 옆으로 제쳐놓고 본인만의 더욱 새롭고 최적화된 가치관과 자기 매뉴얼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사고와 가치관이 굳어서 자신의 가치관과 자신의 설계도를 볼 기회조차 없지만, 우울증에 걸리면 마음이 진 찱흙처럼 되어서 다시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질적인 조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렸다가 증상이 개선된 분들 중에는 예전보다 더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지는 분들도 많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중에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우울증 탈출 (저자: 케이치 다나카)"이라는 책의 내용 중에 몇 가지 독자분들과 나눌만한 내용이 있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자 케이치 다나카는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우울증에서 탈출한 뒤 자신처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을 이겨낸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서 그 내용들을 요약해서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케이치 다나카는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결정적인 트리거는 "자기 혐오"이기 때문에 우울증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도 바로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또한 우울증에 걸리면 마치 "탁한 우무"에 뇌가 휩싸여 있는 듯한 상태가 되어 현실이 반투명하고 둔탁하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저도 그런 기분을 잘 이해합니다. 아마 우울증 환우들은 그런 이유로 정신을 맑게 하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담배를 피거나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또한 다나카는 "우울증이란 자기가 가진 에너지가 마음의 "어둠"에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책 속의 어떤 등장인물은 그런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프라모델이라는 취미 생활을 하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등장 인물은 자신은 "모리타 요법"을 활용하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는데, "모리타 요법"은 불교의 사고방식을 적용한 방식으로서 인간의 삶에서 불안과 갈등은 없앨 수가 없는 것이며 삶은 "생로병사"라는 말처럼 노쇠와 병에서 자유할 수 없으므로, 마음 속 불안은 그대로 두고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하면 된다는 발상을 기본으로 합니다. 모리타 요법을 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해야 할 일을 찾아 열심히 하다 보면 불안감이 점차 마음 속 공간에서 밀려나거나 중화되어 견딜만하게 되고, 불안감은 사람의 다양한 감정 중의 하나로서 결국 자신이 안고서 함께 걸어갈 감정중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저자 다나카는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우울증 탈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4단계에 걸쳐서 자신을 좋아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1단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나의 외모, 체형, 실력, 노력, 결과, 상황, 성격 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으로, 불만족하거나 열등감을 갖지 말고 "그렇구나"라는 태도로 받아들임.

2단계: 무엇을 반드시 이렇게/저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Must thinking/Should thinking을 보다 탄력 있게 재구성한다. ((예)"가족들과는 언제나 사이가 좋아야 한다" >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생겨도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3단계: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그만하고 자신을 칭찬한다. ("비록 결과가 이렇게 되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 실력은 그만큼 늘었어")

4단계: 내 마음을 온통 깊숙히 "나는 나를 좋아해"라는 "긍정적 자기 암시" (Affirmation)으로 채운다. 가급적 아침에 매일 하면 더욱 효과가 있다.


다나카는 추가로 다양한 노력으로 우울증에서 증상이 개선되어도 증상이 종종 다시 악화되는 "돌연 리턴"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는 이유는 급격한 일교차를 보이는 날씨, 위장 상태, 혈액순환, 그리고 체온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읽은 논문 중에서는 대기 오염도 사람의 기분이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인 논문이 있었는데,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인간의 정신과 감성은 생각보다 무척 민감하고 섬세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요소에 의해 나비효과 현상을 통해 상황이 급개선되기도 하고, 반대로 악화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과 성격에 비추어 보아서 어떤 요소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요소들인지를 리스트에 모아서, 그런 것들을 하루에 한 두 개씩이라도 실천해 보고자 노력해 보는 것이겠죠.


복잡하고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의기소침해 지기 쉽고, 자기반성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원망하거나 질책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성향과 패턴이 삶에 별다른 데미지를 주지 않고 오히려 발전을 주는 분들이라면 문제없지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필요 이상으로 후회하거나 자기 원망을 하면 거기서 수치심과 자기 증오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제가 추천하고픈 방법으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인격 또는 자아와는 구별 짓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가령, 내가 어제 오랜동안 준비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나는 무능한가 봐"/"나는 낙오자가 될 것 같아"라는 식으로 그 결과를 자신의 인격과 결부 짓지 말고, 그 대신 그 시험 결과를 어디까지나 자신의 일시적인 행동의 결과로 간주해서 "나는 나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었네"/"시험 준비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과 자신의 인격 사이에 공간을 두며 구별하는 것입니다. 즉, "내 자신=무능/실패"가 아니라 "시험 탈락=내 삶의 한 행동의 결과/삶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더 정확하겠죠.


미국에서 "When Panic Attacks"라는 책을 쓴 Burns 박사는 우울증을 비롯한 불안 장애 등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은 마음 깊은 곳에 왜곡된 신념이 뿌리 깊이 차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Burns 박사는  그 동안 만난 내담자 중에 많은 이들이 결코 그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어떤 가슴 아픈 일을 당한 뒤에 오히려 잘못을 한 상대방보다는 아무 잘못 없는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내담자는 8년간 사귀던 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그 내담자를 버리고 떠나버렸는데, 내담자는 "내가 뭔가 큰 잘못을 해서겠죠?"라든지 "나는 아마 매력이 없어서 이제 연애는 못하겠죠?"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원망하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Burns박사는 그 내담자에게 "만일 당신과 비슷한 성격과 나이를 가진 당신 친구가 당신과 똑같은 일을 당해도 그 친구에게 "네가 뭔가 잘못을 해서 그렇겠지"라든가 "넌 이제 연애 못할 거야"라고 말을 하시겠습니까?"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내담자는 펄쩍 뛰며, 어떻게 그런 냉정하고 잔인한 말을 그런 아픈 경험을 한 친구에게 할 수 있겠냐며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Burns박사는 "그럼 당신은 왜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며 잔인하게 구십니까?"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소위 "Compassion based Technique" (동정심 기반 치료)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특히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너무 엄격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것이 일종의 덕이 되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가끔은 어렵고 억울할 일을 당하는 자기 자신을 적어도 타인에게 하는 만큼만이라도 따뜻하게 동정심을 갖고 대할 필요는 있습니다.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고 지킬 때 그 지켜지는 에너지와 따스함으로 마음을 회복하게 되어 이후로도 주변에 있는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공감도 계속 지속해 나갈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어떤 일로 상처를 입었거나 쉽게 타인의 평가/반응에 의해 상처 입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못되게 굴거나 안 좋은 말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무조건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었는지만 보지 말고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교류하는 장면을 마치 영화나 드라마 보듯이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나의 잘못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잘못 혹은 상대방의 부정적인 성격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의 잘못인지, 또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있겠죠. 만일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면, 더 이상 후회나 반성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그냥 상대방이 평소에 화가 가득 찬 사람인데, 나에게 그런 감정을 투영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가끔 인간관계와 사람간의 교류와 반응에 있어서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보다 어쩌면 내가 그 말과 행동을 "누구"에게 하느냐가" 그 관계를 이끄는데 있어서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자주 느낍니다. 가령, 마음에 여유가 있고 긍정적인 사람은 내가 실수로 잘못을 해도 편안하게 눈감아 주지만, 마음에 분노와 악이 가득한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내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테니까요. 만일 내가 어떤 사소한 실수를 하거나 별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을 본다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라고 초조해 하기보다는, "저런 반응은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의 본래 모습만 알려줄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요약해보면, 자신의 상황과 행동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고, "자기혐오"의 감정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자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채우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마음에 있는 우울함이나 불안함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누구나 어느 정도의 우울함이나 불안함은 있으므로, 초점을 바꾸어 일이나 취미생활, 또는 사람과의 유대에 조금씩 더 집중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과거의 일을 너무 후회하거나 질책하지 마시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면서 적절한 운동과 영양분 섭취로 육체 건강에도 함께 신경을 쓰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가급적 집 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외출해서 공원을 산책하거나 믿을 만한 친구와 차 한잔 마시거나 저녁 식사를 같이하면서 짧게라도 타인들과 교류하는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다가 가슴에 "울림"과 "감동"을 주는 경험을 한다면 더욱 좋겠죠.



우울증은 그 원인과 치료법, 개선방법 등이 너무 다양합니다. 우울증에 대해 책이나 자료들을 읽다가, 그리고 많은 환우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고백한 내용들을 리뷰하다 보니, 오히려 쉽게 우울증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저 또한 우울한 증상으로 몇 년을 시달리며 고생을 해봐서 그 기분을 잘 알지만, 우울증의 증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그 정도도 제각각인지 알기에 많이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제가 현재 우울증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생각과 자료들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며 다행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서 독자분들이 아주 작은 힌트나 격려를 얻어 가신다면 그것도 이 글을 쓴 저에게 귀한 격려가 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너무 힘들고 괴롭지만, 조금만 의지를 쥐어짜서 독자분들께서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표라도 있어야 긍정의 나비효과가 시작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지만 의미 있는 목표를 벗 삼아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증상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혹은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었다고 너무 자책하거나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한 계단씩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을 지친 마음과 지친 몸이 "이제 내담자가 자신을 질책만 하지 말고 가끔은 보살피고, 가끔은 스스로를 지켜주는 옹호자도 돼라"는 메시지로 여기고 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먼지를 찾아서 털어내며 새로운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행복하십시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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