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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Jul 07. 2018

우울증으로 힘드신가요? - 제 2 편

자기 만의 "자기 설명서"를 만들고 자신의 자긍심과 보람을 극대화하기

 "우울증 (Depression)"이라는 말이 저 멀리 떨어진 진공관 속 언어에서 탈피해서 현대인들의 일상의 퍼즐같은 용어가 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말의 어감이 당사자가 우울한 기분의 상태에 빠져서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다는 느낌 정도를 주지만, 실제 심각한 우울증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분들은 "우울함"만으로는 본인들의 상태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제한이 크며,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도 사실 "마음의 암" 이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아 호소하기도 합니다. 지난 1편에서 잠시 설명하고 내용을 나눈 것처럼, 우울증은 당사자의 사고방식에 있어서 "왜곡"현상이 두드러지게 만들어서 만성적으로 비참하고 분노가 치미는 기분을 느끼게 하며, 과거에 대한 후회 속에 갇혀 지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단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우울증 환우는 세상, 자기 자신,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부정적/염세적 관점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기분이 우울해지고, 의지력이 약해지며, 도전보다는 회피를 하게 되고, 심지어 자살 충동을 느낄 수도 있고, 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됩니다.


우울증 환우들의 인지체제가 정서와 동기부여에 미치는 영향 (Beck and Alford, 2009)


우울증 환자에게는 일반적으로 항우울제가 권장되며, 전문가와 내담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약물 치료와 더불어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 치료 요법(Psychotherapy)은 많은 전문가들이 만든 다양한 이론과 실습이 시도되어 왔고, 각 이론들은 일정한 임상적 효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Wilson은 사람의 성격적 평형상태가 깨져서 우울한 상태가 되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만족시키는 일종의 특정 “필요”를 만족시키는 "Need-Satisfaction sequence"라는 패턴이 형성된다고 주장했고, Arieti는 "우울증은 심리적인 생활의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면들이 결핍된데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Beck and Alford, 2009). 우울증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꾸며, 생각을 많이 할수록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이 되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줄이고자 생각의 량(Quantity)을 감소시키게 되기도 합니다 (Beck and Alford, 2009).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내담자나 친구를 대하는 전문가나 일반인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왜곡된 믿음이나 사고방식에 대해 도발하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도전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이 불균형하고 왜곡되었다는 것을 믿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울증은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지지해주며 격려해야 하며, 그런 긍정적인 격려에조차 염세적인 반응을 하는 만성 우울증 환우에 대해서는 과거에 그 환우가 이룬 성과나 업적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 환우가 자신의 감정과 울분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진중한 태도로 경청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우울증 환우의 하루 일과나 스케줄을 조금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대화하며 설계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미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왜곡된 해석과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굳어져 있으므로, 그런 해석과 인지과정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조절을 할 수 있도록 감정을 밝게 만들고 에너지 레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도 함께 토의하면 효과적입니다. 가령, 현재 환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의 작은 목표를 정하는 과정을 함께 협동해서 결정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일본에서 "우울증 탈출"이라는 책을 쓴 케이치 다나카씨는 그 책 전반을 통해 결국 우울증은 "자기혐오"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자기의 가치"/"자기 삶의 의미"/"자신의 긍지"를 찾고 느낄 때 우울증에서 탈출하기가 보다 쉬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을 뒤돌아 보며, 각 연도별로 저의 정신건강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제 어떤 이유로 정신건강이 악화되었고, 언제 다시 정신건강이 개선되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면 필자인 저의 경우 정신건강이 악화되다가 A라는 경험을 하던 시기에 정신건강이 좋아졌고, 그 이후 다시 정신건강이 안좋아지다가 B라는 경험을 통해 다시 개선되며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A와 B를 꼼꼼히 리뷰하고 분석하다 보니, 제가 어떤 요소에 의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에 대해 만족하며, 세상을 밝게 보게 되는지 파악하기 쉬웠습니다. 일단, 저의 경우 저 그래프의 시간은 제 고교시절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저는 수험생활을 하면서 위염과 위하수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대입시험이 주는 압박감과 해야 하는 공부량도 많았는데, 위염과 위하수증을 앓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힘들었죠. 그리고 그 당시 많은 90년대 학번 세대처럼 저도 "우리들의 천국"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대학만 가면 매일 재미있고, 예쁜 여학생과 데이트도 하고, 취미 생활도 실컷 하며 지낼 것이라는 대학에 대한 일종의 보랏빛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학을 가니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먹어서 위염증세는 더 악화되었고, 고교시절에 비하면 주변에 친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고, 군대를 가는 시기를 앞두고 전공과목에도 별다른 흥미를 못 느껴서 일종의 방황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20대 초반은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이 우울하고 힘겨웠습니다. 그리고 3월 어느 날 논산훈련소로 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예상 못한 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사회에서 격리되어 매일 바쁘게 훈련받는 것은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었으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군복을 입고 훈련을 할 때마다 저는 저의 정신건강이 많이 회복되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군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저의 정신건강이 좋아졌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군대 제대 후에는 다시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건강이 다소 안 좋아졌으나, 원하던 회사에 취업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만족할 만한 인정을 받고, 20대 나이치고는 충분한 액수의 월급을 받다 보니 저의 정신 건강도 다시 상승 곡선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삶이 힘들고 우울해지고 절망적일 때, 이 A, B의 경험에서 제가 지금 다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일단, A의 경험인 군대 훈련소에서 제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규칙적인 생활 - 매일 6시 기상, 이후 아침 운동, 정확한 시간에 식사, 그리고 10시 취침

2. 균형 잡힌 식사 - 매일 정확한 시간에 먹었던 군대식 식사 (당분, 카페인, 알코올 섭취가 절대 제한되었음)

3. 전우들과의 어울림 - 넓은 대학에서 군중 속 고독을 느끼다가 동기들이 바글대는 내무반에서 생활함

4. 훈련 및 운동 - 매일 아침 운동으로 시작해서 쉴 새 없이 야외에서 태양빛을 받으며 훈련하고, 무사히 훈련을 마칠 때마다 성취감과 보람을 느낌

5. 삶의 의미 -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하며 나라와 가족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의미 있게 느껴짐

6. 군인으로서의 강인하고 건강한 이미지 - 매일 군복을 입고 훈련을 할 때마다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나는 군인이야"라고 나 자신에게 되내이며 셀프이미지를 개선함

7. 삶에 대한 감사 - 비록 사회에 있을 때보다 많이 열악했지만, 오히려 현실에서 쉽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됨 (예) - 초코파이만 받아도 감동하게 됨


그리고, B의 경험인 회사 생활에서 제게 도움이 된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규칙적 생활 - 매일 6시 기상해서 7시에 회사에서 무료 일본어 특강을 듣고, 8시에 회사 식당에서 무료로 아침 식사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함

2. 성취감 - 엔지니어로서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게 되어 일에 몰두하고, 주변에서 인정받음

3. 자존감/자긍심 - 일을 좋아하고, 일에서 성과를 내는 "내 모습"이 자랑스러움

4. 보상 - 당시 받았던 월급에 만족했고, 기타 수당이나 명절 선물 등에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음

5. 동료들과의 어울림 - 당시 입사 동기가 10명이 넘었는데 그 중 5명 이상이 같은 층에서 같이 근무했음. 주말마다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단합함

6. 목표 의식 - 당시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성과를 내고 몇 년 뒤에 무엇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이고 높은 개인 목표가 있었음



이상, 저의 경우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 요소들을 정리해 보고 그 공통 요소를 뽑으면, 저는 생활이 규칙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뭔가를 성취하며 거기에 대한 적당한 보상을 받아야 정신건강이 회복되고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향이 유독 저만 그런 것이 아니고 많은 분들이 이렇겠지만, 저는 유독 일과 성과, 그리고 보상에 의해 자긍심이 매우 많이 향상되는 성향과 가치관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독자분들도 지난 날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정신건강이 언제 어떻게 왜 변했는지는 추적하고 분석해보면 자신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보다 더 쉽고 명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분은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번창시켜서 돈을 많이 벌었을 때가 그런 순간일 수 있고, 어떤 분은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나 사랑에 빠져서 달콤한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가 그런 경우일 수 있고, 어떤 분은 원하던 사회봉사단체에서 일을 하며 남을 도울 때 그런 순간을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지금 한 번 눈을 감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신이 정말로, 솔직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독자분들이 더 이상 과거에 대해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지금, 삶의 주인공인 독자분께서 정말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바로 그 때, 건강한 자기애도 싹트지 않을까요?


마음 속에 어떤 우울함이나 왜곡된 신념, 또는 불안한 근심거리가 있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런 부정적 요소나 감정, 또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마음이 행복해지면 삶을 편하게 즐길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고 있을 때 자신의 우울함이나 불안한 걱정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그런 것들에 집중하면 오히려 더 증상이 악화되고 혼란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독자분들에게 일단 그런 부분은 가만히 두고, 삶에서 즐겁게 즐기고, 열심히 일하며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그런 부분에 우선적으로 에너지를 쏟기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금 가진 조그마한 에너지를 우울함과 불안함의 해결에 쏟아버리기보다는, 일단 즐길 수 있는 것과 목표로 삼은 것에 초점을 두면 에너지가 몇 배로 증가될 수 있고, 그럼 그렇게 에너지가 높아진 상태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문제나 고민을 다시 바라봐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자분들이 절망을 조금이라도 희망으로 채우고, 슬픔을 기쁨으로 채우고, 불안을 자신감으로 바꿔서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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