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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Mar 04. 2021

23. 민중의 지팡이

따뜻해 보이는 회색 점퍼 위에 걸친 형광색 조끼는 묵직해 보입니다. 조끼에는 무전기를 비롯한 무언가가 잔뜩 걸쳐있었죠. 경찰복을 입고 오시는 손님입니다. 가끔씩 경찰이 들어오면 ‘무슨 일 있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곤 합니다. 아무래도 평소에는 마주칠 일이 없는 직종의 사람들이라 그런가 봅니다. 보통 두 분이 오셔서 음료 두 잔을 포장해 가십니다. 경찰, 공무원, 민중의 지팡이. 음료를 들고 저 멀리 사라지는 경찰 고객님을 보면서 왜 민중의 지팡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경찰을 다른 식으로 부르는 말 중에서 가장 순화된 단어. 민중의 지팡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못 찾았습니다. 보통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 건너온 제도나 직종에는 어원이 존재하는데 민중의 지팡이는 나오는 게 없네요. 그 대신 다른 느낌으로 민중의 지팡이를 해석했던 뉴스 기사를 찾았습니다.


하나는 충남일보의 기고문입니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함은 민중이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고 민중의 힘이 되어주고 민중의 갈 길을 앞장서서 나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수식어다.’라고 하네요. 이 글은 충남경찰청장님을 칭찬하는 기고문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른 하나는 울산매일의 기고문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번엔 지구대에서 근무하시는 경찰관님이 직접 기고하신 글이었습니다. 이 경찰관님 또한 민중의 지팡이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민중과 지팡이로 나눠서 해석하셨죠. ‘국민들이 왜 경찰관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르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이유를 “경찰관이 일반국민이나 대중들이 삶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지팡이 같은 역할을 해 달라는 뜻”에서 그렇게 부른다는 것으로 결론 내리게 됐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 뒤에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일부 국민들 중 정말 좋은 뜻으로 경찰관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경찰관을 “니까짓 것들”이라는 식으로 비꼬아 부르기 위해 경찰관을 민중의 지팡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지구대에서 근무하시기 때문에 경찰에게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르면서 험한 말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셨기에 이런 글을 쓰신 듯합니다. 결국 민중의 지팡이라는 단어의 확실한 유래나 어원을 찾진 못했지만 민중을 편하게 도와준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그리고 좋은 의미로 붙였지만 실제로는 좋지 않게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뜻으로 만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사회복지재단이나 민중의 지팡이처럼요. 그러나 재단은 탈세 수단으로, 민중의 지팡이는 비하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보니 결국 중요한 건 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그래도 아직 궁금합니다. 왜 민중의 지팡이라는 수식어가 탄생했을까요. 어디서 먼저 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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