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청년과 허기

by 글도둑

이 검은 바다에 뛰어든 지 얼마나 되었을까. 청년은 손가락으로 헤아렸다.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처음을 떠올렸다. 단순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좋았다. 자잘한 소리를 잊고 몰입하는 그 순간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간 검은 바닷속에서 현실을 깨달았다. 결국 방향을 틀었다. 기어코 자신만의 배를 만들게 된 이유는 검은 바다에 대한 사랑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웠다.


검은 바다에 뛰어든 지 5년, 그러나 배의 선장이 된 지 5개월 차. 청년은 고민에 빠졌다. 이 배를 타고 끝까지 나아간다면 그 끝에는 앙상한 뼈만 남은 청새치뿐만 아니라 나 또한 뼈만 남지 않을까. 사실, 매출은 청년의 예상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러나 정작 예상대로 성장하고 예상대로 고생을 하니 슬슬 다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주변에 다른 바다를 떠도는 이들을 보며 청년은 비교를 시작했다. 이게 과연 맞는 걸까.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선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함 아래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멍청한 창업자 한 명, 1년 내 폐업률을 높여주는 또 다른 한 명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청년은 한숨부터 나왔다.


배고픔을 예상하고 바다에 뛰어든 것과 실제로 배고픈 것은 달랐다. 청년은 다른 배에서 잡부로 일해서 돈을 벌었다. 그 돈은 고스란히 선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하는데 투자됐다. 생두와 소모품을 사고 임대료를 냈다. 그리고 수중에 남은 돈은 고작 밥 값에 불가했다. 그나마 장사가 조금 된 날에는 술 값 정도가 전부였다. 청년은 주변 친구들을 돌아봤다. 이미 자리 잡아 안정적이고 가정까지 꾸리려는 친구들. 청년은 그 속에서 배고팠고 외로웠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는 삶은 고독했다. '잘 될 거야'라는 의미 없는 위로는 허기를 달래주지 않았다.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청년, 그 자신이었다. 스스로 검은 바다에 나아가 손님을 낚아 올려야만 굶주림을 채울 수 있었다.


"각종 SNS에 홍보하고 아는 카페 사장님들에게 샘플을 돌려서 고작 이거라니. 대체 다른 로스터리는 어떻게 살아남는 걸까. 손님을 어디서 끌어모으는 걸까. 차라리 진짜 카페를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더 빨리 망했을까? 이 로스팅 작업실만 유지하는 걸로는 답이 없어. 상승곡선이 아니라면 망하는 것과 다름없잖아. 목표 매출을 달성하고는 있지만 꾸역꾸역 채웠을 뿐이야."


청년은 넘실거리는 검은 바다를 쳐다봤다. 이미 너무나 많은 선박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크고 작은 배들은 각자 깃발을 펄럭이며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아주 좁은 틈 사이는 들어갈 수 없거나 이미 낚아 올릴 녀석들이 사라진 곳 밖에 없었다. 청년은 주린 배를 달래면서 닻을 올렸다. 그래도 나아가야 했다. 저 바다 너머에 뭐가 있을지 몰라도 멈춰서 표류하는 것보단 나으리라 믿으면서. 청년은 검은 바다에 비친 별들을 바라보며 노를 저었다. 분명 방법은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주장하면서.


청년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처음엔 계약기간, 2년 안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점차 매출에 허기질수록 마음을 다르게 먹었다. 분명 단골손님은 늘어가고 있었다. 꾸준히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그는 일부분 성공했다고 믿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늘어간다는 점이었다. 그는 2년을 5년으로 늘려보기로 했다. 그 안에서 단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다시 육지로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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