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되어라.'
청년은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창문이 없어서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말이다. 그는 홀로 작업실에 앉아있었다. 이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가 필요했다. 이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외로움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그의 작업실은 다행히 역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커피 애호가가 많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을 모집했다. 글을 보고 하나둘씩 커피 모임을 찾아오는 사람이 생겼다. 처음 모임을 나가고 다시 안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청년은 꾸준히 운영했다. 그는 이미 다른 모임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고 꾸준함이 가져오는 결과 또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동료를 찾았다.
청년은 그냥 커피 모임을 운영한 게 아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브랜드 홍보지만 두 번째 목표는 동료였다. 마지막 목표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동료.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청년은 이 작업실을 혼자만 쓰는 게 아니라 같이 쓸 사람을 찾았다. 월세 부담을 줄면서 같이 로스팅을 배워나갈 사람 말이다. 몇 달을 허비한 끝에 맞이한 동료 역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었다. 청년은 커피 모임에서 만난 그에게 넌지시 공유 작업실에 대한 미끼를 흘렸다. 한 달 뒤, 그는 커피를 볶게 되었다.
동료의 소개로 또 한 명의 동료가 생겼다. 역기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청년은 그들에게 원두 납품도 따내고 싶었다. 우선 같이 커피를 공부하면서 로스팅의 어려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게 목표였다. 동료지만 동시에 경쟁자요, 손님이 될 수 있다. 이 바다에서는 원래 그랬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는 로스터리 카페를 창업해서 경쟁자가 될 수 있고 그냥 카페를 차려 원두를 납품받을 수도 있다. 청년은 언제나 계획이 있었다. 이번엔 부디 계획이 진행되길 빌면서 동료들에게 로스팅을 하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동료들에게 로스팅을 알려주는 건 매우 쉬웠다. 사실 기계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커피를 볶는 일은 생두와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어떤 생두를 어떤 환경에서 볶는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해보지 않으면 결코 깨달을 수 없다. 청년이 작업실을 차린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공부하기 위해선 생두를 사서 볶아봐야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청년은 자기가 읽었던 이론을 토대로 사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작업실을 이용할 때 주의점을 전달했다.
"작업실에서 주의사항은 첫 번째, 물통입니다. 배수구를 따로 못 만들어서 여기 캠핑용 오수통을 쓰고 있어요. 싱크대를 이용한 이후엔 꼭 비워주셔야 합니다. 넘치면 골치 아프거든요. 그다음엔 가스 밸브, 그리고 환풍기입니다. 마지막엔 전원이 켜진 게 없나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 있나요?"
"아, 생두는 어떻게 구매하나요? 그냥 직접 하면 되나요?"
"직접 하셔도 되고 제가 사업자로 할인받는 곳에서 찾아보셔도 됩니다. 사업자 단가가 다른 사이트가 있는데 알려드릴게요. 공유 작업실 이용은 여기 공유해드린 엑셀 차트를 통해서 언제, 어떤 로스터를 이용할지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청년은 이제 작업실에 갔을 때 혼자만 있지 않았다. 같이 커피를 마셔보고 평가해주는 현재의 동료이자 미래의 고객이 될지 모르는 사람과 같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청년은 기뻤다. 나태와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