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청년과 모험

by 글도둑

청년은 마치 모험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모험이 그렇듯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듯이 그의 사업도 그랬다. 작은 작업실에서 커피를 볶고 홍보하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도 제대로 되는 건 별로 없었다. 사실 모험의 대부분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있었다.


작은 브랜드를 가꿔나가면서 청년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그중에 하나는 역시 책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고 지내게 된 독립서점 사장님이 있다. 사장님은 책 매출을 올리고 싶었고 청년은 드립백 매출을 올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청년은 커피와 책을 엮어서 팔아보고 싶었다. 커피에 있는 스토리와 책은 엮기 좋아 보였다. 그는 독립서점에 드립백 샘플을 가져다주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드립백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단가는 1,000원 후반 대정 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장님은 드립백을 만지작거리시다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한번 마셔봐야겠네요. 어떻게 페어링 해서 팔아볼지는 생각해보셨어요?"


"지역에서 따와도 되고 커피의 향미나 스토리를 만들어도 좋을 듯해요. 예를 들어서, 프랑스 소설이면 와인 같은 풍미를 가진 커피와 붙여도 되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라는 로맹 가리의 소설은 페루의 원두로 페어링을 해도 재밌지 않을까요?"


"저도 찾아보니까 다른 유명한 책방에서도 이렇게 드립백이랑 같이 책을 묶어서 팔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만약 할 거면 우리는 최대한 엮을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청년도 동의했다. 문제는 판매 가격과 제품 포장이었다. 얼마나 예쁘게 포장해야 할까. 그리고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청년은 사장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과 커피를 함께 묶어서 파는 걸 어떤 서비스라고 지을지, 독서모임도 함께 할지 말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는 결정되고 몇 가지는 더 고민하기로 했다. 청년은 사장님과 함께 잘 되길 바랬다.


그동안 퍽이나 불운했다. 정확히 따져보면 다가온 기회를 놓친 건 청년의 능력 부족이긴 하다. 갑작스럽게 카페를 차린 지인이 2명이나 있었지만 납품을 따내지 못한 건 그의 실력 부족이었으니까. 그래도 실패와 거절의 연속이긴 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시도했다. 이번에 독립서점 사장님과 이런 프로젝트를 청년이 먼저 제안했던 것처럼. 청년은 이 불운한 모험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고 느꼈다. 불운도 행운도 결코 영원하진 않으니까. 분명 이제는 행운이 가까이에 다가와있을게 분명했다.


오늘은 고달픈 하루더라도 내일은 반짝거리는 보물을 얻을지도 모르는 게 모험이다. 청년은 모험의 끝에서 마주친 행운을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뿐이었다. 그는 하루를 누구보다 길게 쓰고 있었다. 남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고서는 남다른 사람이 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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