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청년과 행운

by 글도둑

청년은 창업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어느 순간, 그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동하기 시작했고 기어코 창업했다. 그가 주변에 이야기를 하고 다닌 이유 중 하나는 '안 할까 봐'였다.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현생에 길들여진 끝에 익숙해진 삶을 받아들이까 봐 무서웠다. 사람들에게 내뱉어놓은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청년은 일을 벌여야 했다. 게다가 주변에 말한 덕분에 응원을 많이 받았다. 때로는 노동력으로, 때로는 금전적으로. 그의 작업실에 친구들의 응원이 가득했다.


청년은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았으니까. 공사를 도와주고 중고 카페 용품을 옮겨주는 친구들 덕분에 그는 일이 나름 수월하게 풀렸다. 그러나 때로는 잘 풀리지 않는 일도 있었다. 한 번은 예약해둔 중고 로스팅 장비를 보러 가려고 했다. 저 밑에 창원까지 내려가야 해서 친구에게 운전을 부탁했다. 정작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다른 사람이 와서 사갔다면서 거래가 취소된 적도 있었다.


다른 한 번은 덕트 공사할 때였다. 로스팅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는데 이를 위해 환기 시스템이 필요했다. 지하라서 덕트 공사가 꽤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청년도 했다. 그러나 정작 공사 업체가 왔을 때는 더 암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하에서 옥상까지 덕트를 빼야 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연기는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구조가 마땅치 않았다. 공사가 어렵고 만약 공사를 하더라도 청소를 자주 해줘야 했다. 물론, 공사비도 비쌌다.


청년은 또다시 '인생 수업료'를 떠올렸다. 그는 이미 계약을 했기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다른 장소를 보기에는 이미 계약금이 두 번이나 나갔다. 결국 청년은 밀어붙여야 했다. 청소를 자주 하는 방향으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변보다 지대가 높아서 연기로 인한 민원은 안 들어온다는 점이었다. 놀랍게도 공사는 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비싼 값을 치르긴 했지만 생각보다 배기가 원활했다.


그다음부터는 다시 운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는 지인이 카페를 양도받아서 오픈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사촌이 일하는 카페에서 원두 납품업체를 바꾼다는 연락도 받았다. 청년은 부랴부랴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개발한 원두를 카페에 보냈다.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랐다. 청년은 초짜였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였으니까. 10년 넘게 커피를 볶다가 창업한 사람도 망하는 판이다. 그 같은 초짜가 그런 기회를 잡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청년은 행운이 찾아왔을 때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운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온다. 그렇다면 누가 행운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는 추운 겨울에 공간을 임대했고 봄이 다가올 무렵 사업자를 등록했다. 따스해진 봄에 여러 번의 행운이 찾아왔으나 청년은 잡지 못했다. 대어는 분명 이 바다가 있었으나 그는 아직 낚아 올릴 능력이 부족한 셈이다.


청년은 생각보다 로스팅 업계도 경쟁자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규모의 경제 아래서 거대한 업체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 원두를 팔 수 있었다. 작은 업체는 가격 대신 다른 경쟁력을 키워야 했다. 정말 맛이 좋던, 디자인이 예쁘던, 신선도를 살리던. 청년은 생각보다 경쟁력이 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방법이 있을 거라 여겼다. 무엇보다 창업을 위해서 해왔던 많은 활동이 그를 강하게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다.


청년은 운에 기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자 노력했다. 로스팅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생두를 사서 볶아야 했다. 실력을 쌓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소비해야 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행운을 잡기 위해서 청년은 커피를 볶았다. 대부분은 쓰레기 통에 들어갔지만 청년은 견딜 수 있었다. 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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