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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Apr 18. 2017

그 아이들이 돌아온다

고아와 입양에 대한 정책과 지원에 앞서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4마리 용’,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으며 경제적으로 급성장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이루었다. 이제는 OECD에 가입할 정도로 경제대국이 되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메모리 반도체, 철강제품들은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지만, 우리나라에게는 1956년에서 1994년까지 무려 38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한 수출 분야도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고아 수출 대국'이라는 별명을 얻고 말았다.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2007년 '국내 입양 우선 추진제도'를 도입했다. 5개월 동안 국내 입양에 대한 노력을 우선적으로 한 후 해외 입양을 추진하도록 한 것이다.  


출처 : 영화 <여행자>


이 땅을 떠난 아이들이 걸어온 세월


<여행자>(2009)는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9살 소녀 진희는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졌다. 언젠가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믿었던 진희는 차츰 버림받았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부정하고 분노하지만, 곧 절망하고 체념한다. 그리고 그곳의 여러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희도 결국 외국으로 입양 가게 된다.


이 영화는 한국계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녀가 아홉 살이었을 때, 프랑스로 입양되기 직전에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 머문 적이 있었다. 영화는 감독 본인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시나리오가 작성되고 연출되었다.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해외 가정으로 보내지는지 아동의 시각에서 섬세하게 재구성했다.  


<피부색깔 = 꿀색>은 1970년 다섯 살의 나이로 벨기에에 입양된 어린이가 자라서 그린 만화이다. 한국 이름 전정식, 벨기에 이름 융 헤넨(Jung Henin)의 입양서류에는 ‘피부색깔’이 ‘꿀색’이라고 적혀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아들이 어떻게 해외로 보내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다. 고아로 입양된 어린이들이 경험하는 혼란한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문화권에 떨어져 새로운 가정에 편입된 아이들은 혹독한 성장과정을 겪게 된다. 입양아들은 새로운 가족과 친구와 환경을 만나 부딪히며 자라난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는 또 다른 한국인 입양아들이 있었고,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도 참으로 중요하고, 본인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피부색깔 = 꿀색>은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고,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유니세프상을 수상했다.


출처 : 영화 <피부색깔=꿀색>


뿌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아이들


<마이 파더>(2007)는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다. 그는 다섯 살에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주한미군으로 자원하여 한국을 찾는다. 22년 만에 처음 만난 아버지는 사형수 신분이었다. 이 영화는 ‘애런 베이츠(한국이름 성진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국가대표>(2009)는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엄마를 찾아 한국에 되돌아온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이다. 그는 생모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다. 이 영화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동메달을 획득했고,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토비 도슨(한국이름 김봉석)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윈스터즈>(2014)는 서로 다른 나라로 입양되었던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다. SNS를 통해 우연히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나이스와 사만다는 외모뿐만 아니라 87년 11월 19일 부산에서 태어난 사실도 일치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헤어져 각각 다른 나라로 입양이 되었던 것이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둘은 드디어 25년 만에 재회를 하였고, 그동안 함께 하지 못 했던 서로의 시절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둘은 함께 서울을 방문했고, 해외 입양에 관련된 복지시설도 찾아간다.


어린 나이에 이 땅을 떠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조국과 부모를 찾아 되돌아오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의 내면에서 어딘가 모를 결핍이 느껴진다. 고아와 관련된 문제가 상처 깊은 이유는 그것이 세대를 거쳐가면서 대대로 고통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해체된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은 평생 가슴속에 상처를 품고 살아가게 된다.


출처 : 영화 <마이 파더>


관련 단체의 등장으로 본 고아와 입양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아와 관련된 단체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걸어온 굴곡진 역사와 관련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학자공생재단'은 1928년 일제 강점기 당시, 7명의 부모 없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도 아동복지사업, 장애인 재활사업, 재일동포 지원사업 등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고 고통받고 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입양사업을 하면서 만들어졌다. 현재는 입양과 함께 아동, 청소년, 미혼모, 장애인, 저소득 가정 및 다문화가정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사회복지전문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는 1972년 설립되어 입양사업, 후원사업, 아동 및 미혼모 후원,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지역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입양 활성화와 한부모가족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쌓아온 아동복지와 한부모가족복지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필리핀 코피노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했으니 고아나 입양과 관련한 문제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주목받는 문제들도 있다. 2016년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드롭박스>(2016)는 베이비 박스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서울 난곡에 위치한 교회에는 특별한 상자가 하나 있다. 그 상자 앞에는 "불가피하게 키울 수 없는 장애로 태어난 아기와 미혼모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아래의 손잡이를 열고 놓아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아기들이 아무 데나 유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만든 것이지만, 베이비박스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다. 미혼모를 위한 대안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를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새로운 법제도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미혼모가 가지는 실제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혼모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을 바꾸는 일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영화 <드롭박스>


고아와 입양에 대한 정책과 지원에 앞서 가정의 회복을


정부는 2005년부터는 매년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제정하고, 건전한 입양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입양 특례법을 만들기도 했다. 입양아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내 입양을 독려하기 위해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들이지만 부작용도 함께 생기고 있다. 입양을 시도하는 엄마들은 대부분 십대의 미혼모인데, 이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도, 출생신고로 기록이 남는 것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고아와 관련된 문제를 잘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미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선결되어야 할 것은 가정의 붕괴를 막아, 고아의 발생 자체를 없애려는 노력일 것이다. 부모의 보호 없이 자라는 어린이들은 각종 문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어린이를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부모와 가정이라는 방패막이가 없다면 어린이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쉽게 잃게 될 것이다.  


많은 단체들이 해체된 가족을 회복시키는 일, 가정을 보호하는 일, 가정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 그 안에서 사랑을 창출하는 일, 부모 없는 어린이들에게 가정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등을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노력도 책임있는 부모와 건전한 가정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유엔은 1993년부터 매년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가정은 가장 작지만, 또한 강력한 힘을 지닌 공동체이다. 그 역할의 중요성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다.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것은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의 기본이며 시작점이 된다. 그것이 한 사회를 지탱하는 미래에 대한 가장 값진 투자이기도 하다.


출처 : 영화 <트윈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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