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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Mar 30. 2017

예술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꾼다

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예술이 가진 치료적 효과를 임상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음악, 미술, 연극 등의 활동으로 우울증이나 노인성 치매를 치료하고 있다. 예술은 환자들에게 잠재된 역량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마음을 열게 만들어 치료를 쉽게 받아들이게 한다. 예술치료는 비언어적 방법을 쓰기 때문에 언어 구사에 장애를 지닌 이들에게도 효과적이다.  


전쟁을 겪은 어린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자 할 때도 예술이 사용되었다.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림을 그리게 하면, 아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격려하는 효과를 얻는다. 미술 이외에도 노래하고, 춤추고, 함께 게임을 하는 활동도 포함된다. 함께 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워나간다.


출처 :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기적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시작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베네수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빈민가에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음악을 가르쳤다. 아이들은 악기를 손에 쥠으로써 문화적 감수성과 성찰적 사고까지 얻게 되었다.


음악교육은 가난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빈민층 아이들도 미래를 꿈꾸게 했다. 구스타보 두다멜처럼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선배들을 자신들의 롤모델로 삼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는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불어넣었다. 연주를 통해 협동과 책임감, 배려심 등의 가치도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베네수엘라를 문화강국으로 탈바꿈시켰다.


베네수엘라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서 운영 중에 있다. 어느 나라에 뿌리를 내려도 인간 존중과 예술, 교육에 관한 그들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를 거쳐간 아이들이 모두 성공한 음악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자각하며 성장해간다. 음악을 통해 길러진 정신적 힘은 사회에 긍정적 시너지로 나타나게 된다.


엘 시스테마의 성공사례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지역사회형 아동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단체들이 해당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을 선발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합주 중심의 엘 시스테마 교육을 진행한다. 취약계층과 일반계층 아동을 7:3의 비율로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 국악을 중심으로 특성화하기도 한다.


출처 :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한 교훈과 치유


<안녕?! 오케스트라>는 클래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을 선발하여,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무대에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이들의 스승이 되어줄 지휘자를 찾는 일이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지닌 상처를 이해해 줄 수 있으며,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제작진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그 적임자로 여겼다. 오닐은 장애를 가진 전쟁고아였던 엄마를 입양한 미국인 조부모님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를 받은 기억이 그에게도 있었다. 자신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을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프로젝트를 소개받은 오닐은 제작진의 요청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 성실하게 노력하는 법, 노력을 해도 매번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러한 점들은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은 모양도 음역대도 다르다. 하지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 협연을 한다. 각자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아름답게 화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일반사회에서도 적용되는 가치이다. 악기를 매개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돋보이게 해주면서 인생의 교훈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나가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연말 콘서트에서 아이들은 엄마나라의 말로 “반짝반짝 작은 별”을 불렀다. 아이들의 엄마들은 모두 10개국에서 왔다. 이 중에서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태국어, 한국어를 선택해 차례로 노래를 불렀다. 자신들의 모국어로 노래를 들은 엄마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이 타국살이에 지친 엄마들을 음악으로 위로한 것이다.

출처 : 이담북스 <안녕 오케스트라>


누군가의 고통을 소재로 삼으려는 이들에게


삼바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에는 ‘자르담 그라마초’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다. ‘카타도르’는 이곳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골라내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빅 무니즈’는 ‘카타도르’들이 수거한 쓰레기를 재료로 하고, 이들이 직접 모델로 등장하는 작품 제작을 기획했다. <웨이스트 랜드>(2010)는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빅 무니즈와 함께 처음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게 된 카타도르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그동안 잊고 지낸 꿈과 희망,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게 된다. 이 영화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예술품으로 변모하는 과정만큼이나 가난에 찌든 이들이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보여 준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시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영화는 예술가의 시선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한때 가난을 겪어 보았던 감독은 손을 뻗쳐 가난한 이들을 잡아끌어주려고 했다. 매우 필요한 접근이지만, 그들을 피동적인, 시혜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쉽다. 둘 사이에 대등한 관계를 맺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러만 문제에 대한 고민은 더욱 필요하겠다.


영화나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이는 자신의 작품을 위해 대상을 독하게 써먹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자주 만나는 NGO 단체들의 광고나 홍보물을 보면 기부자들의 동정심을 끌어내기 위해 무리한 이미지를 끌어다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빈곤은 고통이고, 슬픔이며, 현실이다. 그것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소재로 사용하고, 이미지로 소비하고, 그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태도는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영화 <웨이스트 랜드>


재소자들과 홈리스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힘  


<시저는 죽어야 한다>(2012)는 이탈리아의 교도소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다. 교도소 안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를 공연하게 되었다. 배우들은 살인, 폭력, 마약 등으로 복역 중인 실제 재소자들이다. 영화는 오디션부터 공연까지 연극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었다.


처음에 연극은 교도소 교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을 가져왔다. 시저의 암살을 공모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수감자들은 암살 상황을 연기하면서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면서 재소자들은 배역이 느끼는 분노와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되었다.


재소자들은 연극을 공연하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연극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영화는 고전과 문학과 예술과 인문학이 지닌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장기간 감옥에 가둔다고 사람이 변하지는 않는다. 깨달음의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성 프란시스대학’은 2005년부터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해 왔다. 수업은 문학, 역사, 철학, 글쓰기, 예술사의 다섯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예술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 당장의 쉴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기거하는 이들에게 예술사를 배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예술사 시간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을 단순히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 작품들에 담겨 있는 의미와 정신을 되새겨 봄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해, 세계에 대해,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을,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결단하는 계기를 얻는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예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배부른 사람들이 즐기는 유희 또는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 수단이라 여긴다. 하지만 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과 삶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들은 의지와 희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포자기한 사람으로 여겨져 왔다. 예술은 이들의 내면을 변모시키고, 자기 의지로 거리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적을 경험하길 바란다.


출처 :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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