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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Apr 25. 2017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하여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요즘은 방송사마다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쯤을 보유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뛰어난 실력과 재능으로 주목을 받게 된 참가자가 갑작스럽게 중도 하차하거나, 하차를 종용받는 경우가 있다. 일진설에 휩쓸릴 경우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인기를 끌던 한류 아이돌 그룹 내에서도 멤버 간에 왕따설이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도 학교폭력의 강풍이 불었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인해 고교 유망주의 프로야구 1차 지명이 전격 철회되었다. 구단은 해당 사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사과했다. 프로배구계로도 불똥이 옮겨갔다. 학창 시절 학폭 피해를 입었다는 장문의 폭로 글이 공개되자 논란이 된 선수들이 개인 SNS에 자필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소속팀 경기출전이 무기한 정지되었고, 국가대표 자격 박탈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한국배구연맹은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자 대한민국 배구협회, 협회 산하 초·중·고·대학 연맹들과 협의해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폭력 근절 교육 방안을 찾기로 결정했다.


일진이나 왕따 같은 문제는 학교 안에서만 국한된 것처럼 보였다. 학교를 떠나버리면 모든 일이 끝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수많은 관계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폭력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깊은 환부를 치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영화 <우아한 거짓말>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따돌림


<우아한 거짓말>(2014)은 평범한 열네 살 소녀가 죽음을 선택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동생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가 동생이 남긴 흔적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동생의 생전 시점과 죽음 이후의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구성과 긴장감을 준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자살을 모티브로 삼지만, 육체적인 폭력이 아닌 정서적인 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 소녀의 죽음으로 사건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남은 가족과 친구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더 나아가 가해자와 피해자, 무관심과 방관의 영역까지도 폭넓게 다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은 1960년대 4·19 혁명 전후 시골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새 학교로 전학가게 된 한병태는 교실 안에서 절대권력을 지닌 반장 엄석대에게 저항했다. 학급이라는 집단 속에서 홀로 소외된 한병태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새 담임 선생님의 부임 이후 석대가 그때까지 부정행위로 전교 1등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석대는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골 학교 교실이 마치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안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권력의 획득과 몰락의 과정을 교실 안에 형상화한 작품이기에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영화는 꾸준히 개봉해왔다. 다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관심 영역은 시대별로 달라졌다. 한동안 <친구>(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와 같은 남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한공주>(2013) 같이 피해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출처 :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이버 공간으로 영역을 확대해간 학교 폭력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 폭력의 양상도 달라진다. 요즘은 현실뿐 아니라 모바일과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과거의 학교 폭력이 일회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이었다면 이제는 지속적이고도 상습적인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육체적인 가해보다는 정신적인 괴롭힘을 주목적으로 한다.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사이버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카따(카카오톡 왕따), 페따(페이스북 왕따), 떼카(떼 지어 보낸 카톡) 같은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메신저 기능을 통해 친구를 괴롭히기는 경우가 늘었다. 채팅방에서 한 친구에게 단체로 욕을 퍼붓기도 하고, 일부러 모른 척하면서 대화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채팅방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계속 초대하여 감옥처럼 괴롭히기도 한다. 스마트폰의 테더링 기능을 이용하여 무선데이터를 갈취하기도 하고,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상납받기도 하는 등 사이버폭력의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소셜포비아>(2014)는 사이버 폭력의 심각함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베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여성이 도발적인 언사로 소셜 네트워크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녀의 글에 화가 난 청년들은 그녀의 신상을 털었고, 원정대를 조직하여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중에는 경찰이 되기 위해 경찰시험을 준비하던 지웅과 용민도 있었다. 현장에서 도착하여 만난 건 자살한 여인. 그녀의 자살로 판명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타살이라고 여기며 추적해 나간다.


영화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신상 털기와 현피, 진실을 요구하는 온라인 카페의 개설 등 현재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함께 그들이 어떻게 세를 몰아 가는지 알려준다. 그들의 음모론은 아귀가 딱딱 맞아가는 듯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면 그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 공격한다. 사이버 세상에서 누구나가 가해자이고 피해자로 쉽게 옮겨 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남겨주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이 신체적 폭행이 동반되지 않기에 단순한 장난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자신이 보낸 문자와 이미지가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도 잘 고려하지 않는다. 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피해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도 않는다. 사이버불링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적절하게 대처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방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피해를 더욱 키울 뿐이다.



출처 : 영화 <소셜포비아>



다른 나라에서도 고민거리인 학교 폭력


왕따와 학교 폭력의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2년 제9회 EBS 국제 다큐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불리>(2011)는 미국에서 벌어지는 왕따의 문제를 다룬 영화이다. 미국의 5개 도시에 사는 5명의 아이들이 어떻게 학교와 공동체에서 왕따를 당했는지 1년여간 취재했다. 학생들이 왕따를 당하는 이유들은 다양했다. 얼굴이 기형으로 생기고 지능이 떨어지는 알렉스, 다른 성 정체성을 지닌 캘비, 왕따를 견디지 못해 총을 들고 통학버스를 탄 저미야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자살의 길을 선택한 두 명의 친구 이야기가 더해진다. 영화는 왕따를 당한 청소년들과 그들의 가족, 친구를 잃은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하여 "침묵하는 아이들을 지켜라 (Stand for the silent)"라는 운동이 만들어졌다. 피해자 아버지가 인터넷을 통해 왕따를 반대하는 단체를 직접 만든 것이다. 동일한 슬픔을 겪은 많은 부모님들이 여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의회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촛불을 밝히며 피해자 아이들을 추모하며 시위를 했다. 학생들에게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앞장서서 지켜주기를 독려한다. 학교폭력을 저지하는 거대한 움직임이 한 사람을 통해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미국의 학교 폭력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총기사건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엘리펀트>(2003)는 집단 따돌림을 받은 두 친구가 인터넷으로 총을 구한 후, 학교로 찾아가 무차별 난사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1999년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2002)도 같은 사건을 다뤘다.  


<인 어 베러 월드>(2010)는 아프리카의 난민촌과 덴마크의 전원마을을 연결하여 폭력의 문제를 되짚어본다. 영화의 한 축은 난민촌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주인공이 겪는 폭력의 문제이고, 영화의 다른 한 축은 주인공의 아들이 학교에서 겪는 왕따의 문제이다. 아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폭력을 폭력으로 앙갚음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그 근본적 고민은 다를 바 없다. 그들이 겪은 폭력과 복수의 화두는 우리 주변에 편만한 폭력성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학교 폭력의 문제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기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에 경험한 폭력의 열매들은 나이가 들어 군대를 가거나, 직장생활을 할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와 저항하지 못하고 당하는 피해자, 거기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방관자의 관계는 조합만 바뀌어 확대되고 반복된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출처 : 영화 <불리>



학교 폭력을 막는 우정과 신뢰와 사랑의 그물  


학교 폭력의 문제를 처벌이나 사후처리로 해결할 수는 없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학생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에 주변인들, 특히 가정과 학교, 기관의 협력이 더해져야만 한다.


당사자가 피해학생이라면 먼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반면, 가해학생이라면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고, 분노 등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보내게 된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집중적인 상담과 괴롭힘을 방지하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와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다.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평소의 관심과 가정교육이 요구된다. 지속적인 격려와 사랑을 받으며 자란 자녀는 외부의 공격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러한 자녀는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기보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눠 줄 수 있다. 이러한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안전망을 구축한다.


학교 폭력이 학교만 떠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는 문제임을 인식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협력이 필요하다.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폭력의 문제를 예방하는 데 있어 친구들 간의 우정, 스승과 제자 간의 신뢰, 가족 간의 사랑만큼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출처 : 영화 <인 어 베러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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