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가는 도시
라씨는 인도의 요구르트다. 과일 요구르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라씨에 토핑으로 여러 과일을 올리지만 딸기나 블루베리를 올린 라씨를 제일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도 레스토랑에 가면 라씨를 주문할 수 있다.
매우 더운 인도 날씨에 라시 한 모금 마시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가끔 인도가 생각이 날 때 '아그라'라는 인도 레스토랑을 찾는다. 아그라는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의 이름이다.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에서 출발해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인도 여행을 왜 갔는지 많이들 물어본다. 사실 나는 타지마할을 보고 싶어서 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나 자신을 찾고 싶어서이다.
스티브 잡스도 애플을 창업하기 전 인도 여행을 가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 깨달음이 애플 제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긴 얻었다. 장거리 기차 여행은 무지 힘들다는 깨달음이다. 인도는 땅덩어리가 커서 기차 이동에만 열 시간 이상 소요된다.
그렇게 긴 기차 여행을 통해 죽기 위해 가는 도시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바라나시의 첫인상은 형형색색의 가마솥 같았다. 도시 이곳저곳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궁이에서 불을 때 요리를 위해 불을 사용해 연기가 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화장터의 시신을 태우는 불이었다.
바라나시는 죽음을 위해 존재하는 도시다. 갠지스 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에게는 성지 그 자체이다. 실제로 죽기 전 바라나시로 이사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죽은자의 시체를 바라나시까지 가져와 갠지스강물에 담근 후 그대로 화장을 한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죽음은 가깝지 않다. 어떤 사고 또는 참사를 느껴야지 우리는 실제 죽음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바라나시에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고 있다. 이보다 더 죽음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더 있을까? 더위를 피하며 달콤한 라씨를 마시며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을 때 수 분 또는 수 시간 전 세상을 떠난 자의 육신이 들것에 실려 내 바로 옆을 지나간다.
화장터에 직접 가보면 더욱 더 가까이서 죽음을 관찰할 수 있다. 이토록 가까이 있는 죽음을 우리는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덥고 더운 인도에서 뜨거운 불속에서 사라져 가는 죽음을 보며 살아 있는 자들은 반대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죽음은 아직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죽음을 마주 봐야 한다. 죽음을 기억해야만 우리는 최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