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의 밤, 저항의 끝

알바로 브레히너 감독. 12년의 밤

by 백승권

저항해야 해.


낮과 다르게, 밤이 주는 어감은 좀 더 개인적이다. 아무리 달려도 끝은 없고 멀리 보아도 시선이 닿을 곳 없다. 사방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둘러 싸여 있고 파생되는 불안은 내면으로 옮겨진다. 믿음이 흔들린다. 무지와 맞닥뜨린다. 공포에 휩싸인다. 존재를 의심한다. 내가 뭐지. 나를 가장 커다랗게 감지하는 시각이지만 가장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때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부풀어올라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숨통을 옥죈다. 미세한 소음들은 괴물이 되고 긴 적막은 지옥이 된다. 어떤 폭력보다 더 큰 압박이 밤새 짓누르며 아침을 약속하지 않고 해가 떠도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어떤 이들에겐 이런 밤이 낮에도 계속된다. 한 달 1년 10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다. 경험 없는 상상은 우습다. 실존하는 어둠은 무형의 가능성을 모조리 차단한다. 믿었던 것들 믿고 싶은 것들 꿈꾸던 세상 희망이... 희미해진다. 점점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지만 여긴 혼자가 아니다. 공기마저 피부를 갉아먹는다. 똥오줌을 제대로 가릴 곳도 없다. 목소리는 있지만 대화는 없다. 금지된 것들로 가득한 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죽음과의 교환도 성립될 수 없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들은 주어지지 않고 죽음도 몸을 사리는 암흑 속에서 먼지처럼 여기저기 나부끼며 옮겨진다. 개구멍 같은 곳에서 버러지 같은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다. 생의 통제권을 완전히 빼앗긴 채 산채로 매장당하고 있었다. 스스로 죽을 때까지 그들은 어둠을 강요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묶인 몸을 때리고 뇌를 쑤셔가며 내게서 나를 지우고 있었다. 내가 모르던 어둠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죽음마저 가두고 있었다. 그렇게 기약 없는 12년을 보냈다. 군부 독재의 밤 속에서. 수많은 투사들의 긴 고난과 저항을 통해 우루과이가 민주주의를 쟁취한 실화.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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