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쉐리단 감독. 아버지의 이름으로
폭탄테러가 일어난다. 영국인 사망자가 발생한다. 영국은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다. 당시 영국은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Provisional Irish Republican Army)와 끊임없는 대치 상황이었고 범인 색출에 비상이 걸린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넘어와 런던을 방황하던 제리(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친구들과 용의자로 잡힌다. 아일랜드인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영국 정부의 압박이 경찰을 압박하고 있었고 희생양을 찾아야 했다. 제리의 아버지 주세페(피트 포슬스웨이트)와 이모를 비롯한 가족들까지 감형 없는 징역형을 받는다. 제리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지워진다. 제리는 앞으로 아버지와 30년을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진범이 자백하지만 당시 제리를 체포한 영국 경찰과 간부들은 실책을 덮기 위해 조직적으로 묵인한다. 아일랜드를 향한 영국의 두려움을 활용해 이대로 덮고 싶었다. 애초 지병을 앓던 제리의 아버지는 옥중에서 숨이 꺼져가고 있었다. 제리는 달라져야 했다. 언제까지 아버지와 날을 세우고 덤비며 윽박지를 수는 없었다.
아버지와의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제리는 남의 지붕 고철을 훔쳐 팔다가 IRA와 영국의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감옥에서도 아버지와의 입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둘은 다양한 방식으로 감옥 안에서의 새로운 삶을 도모한다. 하지만 감옥의 세계는 바깥과 다른 중력을 돌고 있었다. 테러 진범이 같이 수감되면서 감옥 내부는 폭동 전야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다. 폭동이 발생하고 제리 아버지는 부상을 입는다. 이후 건강이 한충 더 악화된다. 투옥기간이 10년이 넘어서며 제리의 아버지는 눈을 감는다. 수감 중인 제리는 아버지의 임종에 함께할 수 없었다. 이후 제리는 변한다.
적극적으로 생존을 도모한다. 제리의 생존은 억울한 아일랜드인의 생존이었고 감옥 밖의 수많은 아일랜드인의 생존이었다. 15년 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던 당시 수사 결과가 재판정에서 밝혀진다. 모두 나이가 들어 있었다. 죄 없는 수감자와 죄 있는 가해자들 모두. 당시 영국은 집단 광기에 휩싸여 무고한 자에게 최고형을 내렸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서로를 부추기고 있었다. 폭력으로는 폭력을 누를 수 없다는 각성이 남은 자들의 세상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한없이 휘청거리던 제리의 삶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눈을 부릅뜨게 된다. 운동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삶을 위해 분투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투쟁이었지만 내면적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깊은 미안함이었다. 늘 바른말만 하는 아버지를 면전에서 비아냥 대기 일쑤였던 제리였다. 어릴 적 받은 상처를 계속 대뇌이며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다 당신 탓이라고 쏘아붙였었다. 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제리의 가족은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심지에 제리가 있었고 불을 붙인 건 영국 정부였다. 제리는 아버지를 이은 투쟁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죄를 덜고 싶어 보였다. 방탕과 객기로 가득 찼던 젊음은 성숙한 열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영국, 영국 정부, 영국인은 어떤가. 티타임을 잊지 않는 귀족의 풍모와 무고한 이들을 집단 도살하려는 고문기술자 사이에서 진보를 이뤘나. 폭로와 부끄러움 속에서 새로운 위장술을 체득했는가. (아일랜드의 역사를 상징하는) 제리의 아버지와 제리가 그렇듯, 영국의 아버지들과 현재의 영국 역시 궤를 같이 할 것이다. 끝으로 조카에게 밥을 차려줬다는 이유로 15년을 감형 없이 투옥되어야 했던 제리의 이모와 긴 투옥기간 동안 밖에서 가정과 아이들을 건사해야 했던 제리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든 역사적 희생은 아버지와 아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고. 희생의 아이콘이 된 남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여성 희생자들은 이중삼중 차별과 고립을 겪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