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헤인즈 감독. 벨벳 골드마인
사람은 맨얼굴로 솔직해질 수 없어요.
그에게 가면을 주면 진실을 말해줄 거예요.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에게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는 우상이었다. 커트 와일드가 당장이라도 전소될 것 같은 광기 어린 퍼포먼스와 으르렁거림으로 관객들을 집단 최면에 빠뜨렸던 순간에 브라이언도 같은 장소를 멀리서 지나치고 있었다. 힐끗 쳐다보고 동공이 얼어붙었고 커트 와일드라는 환각제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커트가 전신을 드러내며 치명적인 신체 부위를 흔들어댈 때 브라이언도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장면은 브라이언의 일생에 영원히 박제된다. 이후 어떤 충격도 이 순간의 희열과 흥분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것이 모든 것을 망친 문제의 시작이자 전부였다.
스타이자 거물이 된 브라이언에겐 권력이 있었다. 어떤 제안도 거절당하지 않을 권력. 커트와의 프로젝트 팀 결성을 제안한다. 브라이언의 매니저 제리(에디 이자드)는 반대였다. 그땐 이미 커트는 한물갔기 때문에. 하지만 브라이언이 원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계약한다. 커트는 더러운 길바닥에 나뒹구는 마약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브라이언은 우상에게 손을 내민다. 나와 함께 나아가자고. 유명해진 인간이 이미지로 박제시킨 우상과 손을 잡으려 한다. 우상의 이미지는 신도와의 거리감이 생명력의 원천인데. 정점에서 취한 브라이언에게 판단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원하는 걸 하고 싶을 뿐. 날개 잃은 커트는 브라이언의 구명보트에 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파멸한다.
커트는 전성기와 달랐고 브라이언은 음반사와 갈등을 일으킨다. 추락이 시작된다. 우려는 현실이 된다. 브라이언을 환각에 빠뜨렸던 커트의 과거 이미지는 부활하지 못하고 과거에 박제된다. 프로젝트는 엎어지고 커트는 퇴출된다. 브라이언의 커리어는 거기서부터 가파르게 꺾인다. 암살 자작극이 마침표였다. 브라이언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성난 군중에 의해 전역에서 불태워진다. 아무도 남지 않는다. 곁에 있는 내내 외로웠던 커트의 아내 맨디(토니 콜레트)도 떠난다. 맨디는 행복했던 한때는 부정할 순 없었지만 거의 모든 순간 타인 같은 외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브라이언의 흥망성쇠를 모조리 지켜본 증인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에게 맨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의미 있는 존재였다면 그렇게 무의미하게 끝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뮤지션의 삶을 무대에 비유하는 건 뻔하고 유치하다. 이런 유치함을 인정한다면 조명이 꺼진 다음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내려올 수 있다. 하지만 망막을 태우고 온몸을 적시고 관객을 광신도로 만들고 공기를 찢을 듯한 굉음의 찰나에 매료되었다면 중독성을 끊기 힘들다.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공연은 끝나고 사람들은 집에 돌아갈 뿐이다. 온몸을 전율에 빠뜨리는 다른 환각제를 찾기 마련이다. 스타는 잊히고 잊히면 사라진다. 브라이언은 두려웠다. 하지만 아무도 망각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 우상과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면 좀 더 오래 전설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불안하고 불온했으며 그걸 대중에게 제공하며 생존해야 했다. 모두가 불구덩이로 밀고 있었고 브라이언은 그저 버티지 않았을 뿐이다. 수순대로 전부 잃는다. 나이 든 자들의 어렴풋한 회상으로만 남는다. 읽히지 않는 기사거리가 된다. 그가 쉼 없이 타오르며 잘못된 길로 굴러갈 때 누군가는 경고했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들리지 않았다. 무례와 거부를 저항과 파격이라고 여기며 집단 환각 파티의 농담으로 소비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