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시오 크레모니니 감독. 나의 피부로
스테파노(알렉산드로 보르기)는 마약 소지죄로 군경찰관들에게 체포된다. 검문 과정에서 시비가 있었고 이후 체포 절차에서 (영화에선 노출되지 않은) 폭력을 당한다. 얼굴에 피멍이 뒤덮고 척추가 부러진다. 부러진 척추로 감금되고 끌려다닌다. 의사, 구급대원, 교도관 등 각 과정의 담당자들이 상처의 출처를 묻지만 스테파노는 입을 열지 않는다. "군경찰관들이 수갑에 묶인 나를 무차별 폭행해서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보복이 평생 괴롭힐 거라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스테파노는 30대 초반이었고 그의 상태를 수소문하던 부모들은 60대였다. 생존 욕구보다 좌절이 더 빠르게 찾아왔다. 스테파노는 죽어가고 있었다. 뒤늦게 가해자들의 정체와 고통을 호소하지만 많이 늦은 후였다. 교도소 담당자들은 가족들의 호소에도 원칙과 절차에 어긋난다고 면회를 재차 거절한다. 스테파노는 감옥에서 숨을 거둔다. 그는 마약중독자였고 부모는 그를 다시 재활원에 보내고 싶어 했었다.
마약을 안 했으면 과정과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공권력의 폭력으로 인한 한 청년의 억울한 죽음으로만 보기 힘든 건 마약 소지라는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약조직에 납치되어 살해당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선을 넘은 군경찰관들의 끔찍한 폭력이 분명 있었고 영화에서는 검문 과정에 일어난 마찰에서 시작되었다고 추정한다. 스테파노가 군경찰관에서 협조하지 않았고 이후 스테파노가 당한 폭력은 초기 과정에서 일어난 사적인 분노로 인한 거라고. 마약 범죄자로 체포된 건 스테파노였지만 폭력 가해자는 군경찰관이었다. 마약 범죄의 프레임으로 보면 스테파노의 죽음은 다른 스케일의 마약 조직범죄들에게 비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공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보면 다르다. 굳이 마약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스테파노와 같은 대우를 당할 수 있다. 스테파노 가족과 같이 얼굴 한번 못 보고 주검과 마주할 수도 있다. 스테파노의 죽음은 공권력이 저지른 다른 죽음이 그러하듯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는 판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넨 담당자들과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담당자들을 번갈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테파노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쓰러져 누워 있게 된다. 통증으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다. 사방이 막힌 벽 안에서 그는 점점 가늘고 희미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영화는 다큐에 가깝다. 이 소재는 실화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