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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Jun 22. 2021

소년시절의 너, 어둠 그 별빛

증국상 감독. 소년시절의 너



걔들이 날 이렇게 괴롭혔는데

왜 너희는 보고만 있니?


베이징 대학만 가면 돼요


하수구에서 살아도 별은 볼 수 있다


언젠가 밝은 대낮에

둘이 당당하게 걷고 싶어



첸니옌(주동우)의 엄마는 사기꾼으로 쫓기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샤오 베이(이양천새)의 엄마는 몰래 도망갔다. (둘의 아빠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부모가 부재한 세상 속에서 첸니옌과 샤오는 견디기 힘든 폭력과 각자 격돌해야 했다. 친구가 자살한 후 첸니옌은 두려웠다. 대입 시험을 못 치를까 봐. 시험 전에 맞아 죽게 될까 봐.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게 시험이었다. 학교폭력을 신고하지만 가벼운 징계로 마무리된다. 우연히 마주친 양아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지켜달라고. 양아치 샤오는 수락한다. 둘은 서로의 비슷한 처지를 알아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같은 길을 걷는다.


같은 길이었지만 도착지가 달랐다. 공부에 전부를 건 첸니옌은 베이징 대학을 바라보고 있었고 샤오는 바라볼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첸니옌이 학교폭력과 대입 공부 사이에서 휘청거리는 동안 샤오는 주먹과 발길질, 감옥의 철창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첸니옌이 끔찍한 학교폭력에 시달려도 학교 내부의 누구도 경찰조차도 첸니옌을 도울 수 없었다. 오직 샤오만이 어둠 속에서 첸니옌을 지켰다. 첸니옌은 세상을 지키고 싶었고 샤오는 그런 첸니옌을 지키기로 한다. 사람이 죽는다. 둘은 용의선상에 오른다. 대륙의 모든 10대의 운명이 걸린 대입 전날이었다.


샤오는 시험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도 범죄 속에서 첸니옌을 구하는 법을 알았다. 선생도 친구도 어떤 공권력도 둘을 구원하지 못했다. 샤오는 치밀한 거짓말과 계획으로 첸니옌을 구한다. 자신을 죽이고 첸니옌을 살리기로 한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샤오는 누군가 죽어야 첸니옌이 살 수 있다면 그 누구를 자신으로 정하고 싶었다. 첸니옌이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다면 베이징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 길을 자신의 피와 뼈로 열어주고 싶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조차 부모들이 앞서 눈물 흘리고 지랄발광하는 세상에서 둘은 아무도 없이 한 명의 희생으로 다른 한 명을 살리려 하고 있었다. 둘 다 죽는 것 외에 다른 옵션은 이것밖에 없었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닭장 같은 학교에는 우리 모두 맛 좋은 후라이드 치킨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같은 문구가 재개발 지역 시위 현수막처럼 걸려 있었다. 그 거대하고 빽빽하며 바글바글했던 공간 속에서 단 한 사람도 첸니옌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왕따와 학교폭력을 그토록 끔찍하게 당하는 동안 모두 동조하고 낄낄 대고 휴대폰으로 찍고 있었지 아무도 아무도 그만하라고 제지하지 않았다. 오로지 시험뿐이었다. 시험 시험 니들이 집중할 건 사람이 아니라 시험이다. 주변이 아니라 시험이다. 대학만 가면 너희는 승리다. 다 죽어도 상관없으니 너만 살아남아 시험 보고 대학 가라. 집단 도살될 운명을 모르는 닭들처럼 학교 안 사람들은 대가리를 처박고 책만 보고 있었다. 공부하라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대학 가라고 고층에서 떠밀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첸니옌 같은 아이들이 기댈 곳 마땅치 않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소년시절의 생존자들이 만든 세상은 다를까. 첸니옌은 고개를 숙인 아이와 집까지 같이 걷는다. 한때 어떤 양아치가 자신을 그렇게 지켜줬듯이, 첸니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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