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블레이크슨 감독. 퍼펙트 케어
노인은 미래다. 말라 그레이슨(로자먼드 파이크)에게는 노인만 한 아름다운 미래가 없다. 은퇴 노인들을 대상으로 병원 관계자와 결탁해 전문가 소견서 작성하고 법원에 호소해서 합법적으로 모든 재산 관리 권리를 갈취한 후 요양원 또는 정신병원에 영구 격리시킨다. 탁월한 연기력과 순발력, 뛰어난 언변과 비즈니스 애티튜드로 목표물을 정하면 물러섬이 없다, 어차피 남성 중심의 편파적인 룰로 움직이는 세상, 더 악랄하고 교묘하게 성공의 고삐를 잡아당긴다. 죽을 때까지 이런 범죄로 먹고 살 건 아니다. 수백억 정도만 벌면 휴양지에서 놀고먹을 거다. 한탕의 기회가 온다.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은퇴 노인을 집에서 끄집어내어 요양원에 깔끔하게 처넣는다. 노인의 비밀금고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다이아까지 발견한다. 다이아의 행방이 궁금한 자들이 몰려온다. 폭력엔 폭력으로 위협엔 농담으로 맞선다. 인상 더러운 놈들이 아무리 지랄발광을 떨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아무리 목을 조르고 물에 처넣어 죽이려 해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구사일생은 남성 액션 빌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악한 목적을 지녀도 더 악한 남성들 속에서 기꺼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로자먼드 파이크와 퍼펙트 케어는 보여준다. 신체 훼손의 겁박 속에서 울며 소리 지르지 않아도 호기롭게 대처하고 필사적으로 살아남는다. 남성을 더 지우고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해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범죄 스릴러가 나올 수 있는지 증명한다. 결정적인 공격을 받고 쓰러진 후에도 이미 업계의 거물로 등극한 말라의 아우라는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말라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이후의 할리우드 여성 캐릭터들에게 충실한 가이드를 제안한다. 상대의 뼈와 살을 직접 분리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남성 중심의 편향과 편견으로 기울어진) 주변의 모든 압박을 해체하는 말라의 존재감은 어떤 다이아의 광채보다 더 압도적이고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