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식: 약물의 늪
고통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양의 약입니다
다른 약들과 달리
오피오이드는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뇌의 화학 작용을 변화시키거든요
어린이용 옥시콘틴은 어떻게 진행 중이지?
피 묻은 돈을 받느니
지옥에서 타 죽는 게 나아요
난 사람들 감정을 무시하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
우린 이미 냈던 등록금을 장례식에 쓰게 됐어요
제약회사 퍼듀(Purdue Pharma)가 만든 진통제 옥시콘틴(OxyContin)은 투약자의 뇌를 바꾼다. 사용 초반 통증 감소 효과가 높아 금방 중독된다. 강력한 중독성을 알면서도 퍼듀는 거의 없다고(1% 미만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담당자를 매수해 라벨 표기를 조작하고 영업팀에게 조작된 데이터로 교육하고 의사들은 이들의 허위 정보에 속아 무한대로 처방한다. FDA 담당자는 추후 5배 높은 연봉을 받고 퍼듀 임원이 되고 영업사원들은 높은 인센티브를 받으며 의사들은 환자와 같이 중독자가 된다. 중독자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퍼듀는 약 47조의 수익을 올린다.
인간의 고통을 인질 삼아 마약으로 길들여 개인의 삶과 가정을 파괴하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프로세스가 약 20년 동안 정교하게 돌아갔다. 중독자들은 일상의 사건사고로 고통받던 평범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중독과 금단 증상이 오가는 억겁의 고통 속에서 무참히 죽어갔다. 퍼듀의 전략에 의해 옥시콘틴의 초기 처방 용량은 10mg에서 160mg까지 올라가고 그 과정에 임원, 영업, 의사 모두 가세했다. 사망률과 범죄율이 치솟았다. 제약사 퍼듀에서 성과 파티를 하는 동안 이들의 공략 지역이었던 광산 노동자들의 마을에서는 절규와 곡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옥시콘틴 중독은 인간의 자력과 의지로 멈출 수 없었다. 재활을 위해 집단 상담 모임을 찾으면 몰래 다가와 약을 건네주었다. 퍼듀 사는 유럽 전역과 어린아이들까지 옥시코틴에 중독시키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탐색하며 맹렬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문명국가의 법과 도덕은 모두 매수된 상황, 정의로운 분노를 잃지 않은 소수만이 개인의 삶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뒤쫓고 있었다.
<돕식: 약물의 늪>은 실화다. 자본주의가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서늘하고 지독하게 풀어놓는다. 경영진의 악의를 교육받은 영업사원들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거리낌 없이 양심을 폐기한다. 의심스러운 부분을 느꼈으면서도 애써 억제한다. BMW컨버터블을 탈 수 있다면 모르는 사람들의 중독과 사망은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만든 약도 아니고 직접 처방하는 것도 아니며 시키는 대로 말하는 것뿐이었다. 시체가 쌓여가는 걸 알면서도 치솟는 매출 그래프 속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난 그저 먹고살려고 일을 했을 뿐이야 라는 면죄부는 간편했다. 중독성에 대한 의심을 제기하면 바로 해고였다. 내부 정보를 발설할 시 영원히 파산의 고통에 빠지게 해 주겠다는 겁박과 함께. 최근 퍼듀 사는 재판을 받고 6조의 합의금을 내고 파산 신청을 했다. 핵심 경영진(새클러 가문) 중 감옥에 간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