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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폭망했다, 우리만 빼고.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우리는 폭망했다

by 백승권

남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당신 인생을 맡기지 마요


무조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건

경영이 아니에요


고독을 청산하는 게

우리 사명입니다


당신이 동물의 공포를 삼키는 걸 보고

속이 뒤집히는 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게 브랜딩이죠


회사의 영혼이 걱정이야


우리가 여기서 만드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왜 거짓말을 하죠.


현금 소비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난 회사의 영혼이야


당신의 적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에요


위워크라는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의 흥망성쇠. 애덤(자레드 레토)은 꿈을 꾼다. 아니 애덤은 꿈속에 산다. 꿈을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이건 허상이 아닌 만인의 가치 실현과 이상적 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진정한 실현의 성취라고. 너무 이상하게 들린다고? 맞다. 이상하다. 당신은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나의 새로운 주장에 이질적으로 반응하는 거라고. 저런 딱한 자여. 나와 함께 꿈을 이룰 기회를 주겠소.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나와 함께 세상의 가치를 끌어올립시다. 이런 소리에 사랑과 인생과 부모 재산과 전부를 헌신한 사람이 있었다. 레베카(앤 해서웨이). 애덤은 사기꾼, 레베카는 피해자가 아니다. 둘은 완전에 가깝게 상호 순환하는 서로의 에너지이자 애정의 극단이며 같은 회사 임원이자 영원한 연인, 부부, 부모이다.


몽상이 몽상에 그치면 그만이지만 몽상이 몽상의 모든 리스크를 끌어안고 기존 질서와 멱살을 잡으며 실현되려 안간힘을 쓸 때 개인의 꿈은 만인의 삶을 파탄시킬지 모르는 저주이자 실시간 현실이 된다. 애덤이 정치가가 되었다면 높은 확률로 독재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꿈과 희망의 공동체, 위워크의 교리를 설파하며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직원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하고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미친 듯이 돈을 썼다. 애덤을 제외한 모두가 그의 계획을 뜯어말리고 만류시키려 애쓰고 대안을 제시하고 진정시키려 수많은 노력을 10년 넘도록 기울였다. 레베카만 빼고. 레베카는 뮤즈가 되어 그를 응원했고 격상된 사회적 지위의 이점을 남용했다. 애덤이 대표니까 아내 레베카는 (자신이) 임원이자 공동창업자여야 했다. 조직 내에서 둘의 역할은 확연히 달랐고 다른 만큼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했다. 애덤은 교주적인 매력이 있었고 그게 오랫동안의 면죄부가 되었지만 레베카의 태도는 곁에서 맴돌며 잘못된 선택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위워크와 애덤은 글로벌 슈퍼스타가 되고 있었고 글로벌 모래성이 되어 언제 터질지 모를 다이너마이트의 심지가 뿌리까지 타들어가고 있었다. 건재해 보이는 건 애덤과 레베카의 서로를 향한 기묘한 애착 관계였다. 막대히 급증한 재력 속에서 그들은 이마와 뺨을 맞대고 서로가 여전히 같은 꿈속에 존재하고 그 꿈속에 수많은 사람들의 돈과 시간, 생계를 끌어들여 공동의 이상을 실현했다고 믿고 있거나 믿고 있다는 거짓말을 완벽히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있었다.


극적인 러브스토리엔 갈등과 희생이 필요하다. 애덤과 레베카의 러브스토리의 희생과 갈등은 둘 중 한 명이거나 둘 다가 아니었다. 둘을 제외한 주변의 거의 모두가 희생양이었다. 애덤의 (진짜) 공동창업자와 위워크의 직원들, 10년 교육을 약속하고 갑자기 없애버린 학교의 아이들과 학부모 등, 모두가 스타트업계에 나타난 이 커플에 의해 삶과 일상이 망가져야 했다. 애덤과 레베카가 수없이 방송에 나오고 인터뷰를 하고 패션 화보를 찍고 거짓말을 하는 동안. 둘의 꿈과 사랑을 위해. 이들의 일대기를 보면서 브랜딩, 브랜드 철학 같은 말이 얼마나 헛소리인지 돌아봐야 했다. 믿고 싶은 이야길 계속 해대며 상대방의 시간과 지갑을 터는 일이 얼마나 헛소동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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