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아에게)
속절없는 부정과 외면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강력 범죄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향한 과도한 연민을 거두고
사방의 벽을 두드려가며
새로운 문을 찾고 있는 거 알고 있어요.
저에게도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망설이다가 표현하지 못한 것들이 쌓여
무덤 위에 시든 꽃으로 올려지지는 않을까
점점 나는 죽음을 인정하기로 하고
느리게 숨을 쉬며 관점을 바꾸기 위해
다른 안구로 갈아 끼우려고
지도에도 없는 곳애서
삽질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삽 끝에 걸리는 건 무명의 유골뿐인데.
아니 미래의 내 뼈
비슷한 이유로 죽은 사람들은 어디서 만날까
살아있을 땐 다들 오직 나만의 유일한
특별하고 독점적인 고통으로 여겼을 텐데
시절과 공간, 가해자와 마지막 로그인 기록은 달라도
우리는 비슷한 이유로 다른 곳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죽어서도 초라해질까.
그나마 위안이 될까. 다시 살고 싶을까.
이승으로 돌아가 몇몇을 데려오고 싶을까.
무감각의 영역으로 진입할까 봐
자꾸 두리번거려요.
밤길을 오래 걷다가
중요한 것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챈 사람처럼.
무감각의 영역으로 진입하면
판단력을 상실하거든요.
내가 괜찮은 지 아닌지
이후 통제력을 상실해요.
이걸 해도 되는지 아닌지
언급하는 이유는 이미
진입했기 때문이죠. 오래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