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by 백승권

지난밤 새로 산

포근한 쿠션을 부둥켜안고

자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가아끔

일어 나는 일이 지금

내게 겨우 일어났다고 생각해


강하고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고 나니

아주 잠시였지만 몇 걸음 동안은

기분이 조금 가벼웠어요


언젠가부터

평일에 만나는 몇몇 인간들에게

(바라지도 않았지만)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거대한 위로의 촉감에

와라락 안긴 기분


공기의 일부가 되어야

비로소 느껴지는 거라면

재가 되어 날아가야

그제야 만끽할 수 있으려나


기분이 날 지배하고

느낌이 날 뒤덮을 때

황홀하게 좋았다가

복잡하게 싫었다가

내가 대체 왜 이러나

어쩌려고 늘 이러나


가장 뒷자리에 앉은 바이킹처럼


고치려 다시 읽은 어제의 글은

정말 찰나의 섬광 같이 찍은 스탬프였고

사람을 제대로 좋아할 수 없어서

계절을 마냥 받아들이기로 한

어려운 결심은 매일 바뀌고


사진 같은 기억만 자주 꺼내 보다가

폴라로이드처럼 희미해지지 않게

페이지 많은 책 속에 다시 끼워 두고


우리의 이야기도 그런 책이 되겠지

너무 글자가 많은 책은 잘 안 보게 되듯

너무 두꺼운 책은 다시 안 펴게 되듯

책장 한편에서 자리만 차지하다가

너무 당연하게 잊히다가

마음이 더 궁해지면 헌책방으로 팔아넘기겠지


시간이 지났지만 어느 순간

간절한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그 책을 펼쳤을 때 그 사진이 나온다면

그 사진을 끼워둔 사람이 잊었다면

그 책을 펼친 사람이 사진 속 당신이라면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책의 주인이 이미 재가 되었다면

당신은 모른다면


상관없죠

바이킹도 언젠가 끝나니까

같은 계절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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