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소보로

by 백승권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는데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나 생각이 들 때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나

지나친 자기애 때문에

아니야 어떻게 그걸 잊어

어떻게 그걸 왜곡해

그렇게 생생하고 선명한데 어떻게

그날들이 다른 장면이었다고... 설마

여기가 사람 잡는 정신병원이고 내가

오래전 갇혀 전기충격으로 뇌가

튀겨졌다면 또 모르지.

겉은 바삭하고 안은 까만

튀김소보로처럼

아니잖아. 내가 자아가 그렇게 많아도

눈은 두 개인데 이마에 하나 더 있는 게

아닌데 그 많은 장면들이 강제로 주입된

환상일리 없잖아. 여전히 난 그 자리에서

멈춰 길을 잃었는데. 모든 시간이

박제되었는데.

망상이었다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이뤄질 리 없는 소원만 빌다가

젖은 베개를 안고 겨우 웃는 꿈을 꾸다가

다음 날 머리 위까지

하얗고 얇은 이불이 덮일까.

유족 없는 객사처럼.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