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게 불면 글자들이 날아다녀요.
글자들은 당연히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무튼 그래요.
이거 쓰려고 만든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중 하나를 집어서 빈 종이에 넣어요.
너무 많아서 휘휘휘저으면 뭐든 잡혀요.
뭐가 잡힐 줄은 모르지만 넣으면
그 자리에 단어가 붙어 있어요.
가만히 보다가 떠오르는 감정을 붙여요.
입김과 눈물을 붙이고 체온과 지문도 붙여요.
검은 파도로 뒤덮이면 비상이에요.
이미 젖은 종이는 더 많이 젖고
그 위에 뭔가 붙이고 쓰고 칠하면
종이는 찢어지고 찢어진 종이는 흩어져 떠다니고
물속에 가라앉아 형체가 사라져요.
불을 붙여요. 물 위에 불이 붙고
종이는 되살아나요. 글자들이 복원되고
바람이 다시 불며 젖은 종이를 말려요.
물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글은 어딘가에 계속 쓰이고
문장이 문단이 되고 벽처럼 커지고
감옥 창살처럼 줄이 그어지고
창 없는 벽을 도배해요.
저주받은 성자가 찢어 붙인 성경처럼
어디를 깊숙이 찔렸고
거기서 뭔가 끊임없이 새어 흐르고
메마른 눈에서는 아무것도 흐르지 않고
아픈 곳은 있는데 방사능을 쬔다고
원인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고
감정 조절이 고장 나고 고장 나서 글을 쓰고
쓴다 해도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바람은 계속 불지만 나는 더 이상
바람이 계속 부는 곳에 있지 않아요.
바람이 불 때 옮긴 첫 문장의 기분과
지금 이어가는 기분이 너무 달라요.
우효의 노래에 대해 더 쓰려고 했는데.
이어폰에서는 우효가 우우거리고.
기분이 날아가지 않아서
글자는 여기에 추락하고
이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읽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