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바벨

by 백승권

타인이 누려야 할 미래의 행복을 모아

탑을 쌓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적은 돈과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유혹했고 잠든 사이

미래의 행복을 추출한 후 가능성을 주입했다.

무조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애매한 가능성.

타인들은 만족했고 합리적인 결정이자

거래라고 믿었다.


한층 한층 탑이 높아지는 동안

육체와 정신을 분간할 수 없는 고된

노동 끝에 타인들은 쓰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약한 탓이야 내가 선택한 탓이야

내가 믿은 탓이야 내 탓이야 타인들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기 탓을 했다.


성은 느리게 높아졌고

재료가 부족했으며

죽은 타인들을 갈아서

재료의 일부로 사용했다

죽은 타인들이 늘어갈수록

탑이 올라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마지막 벽돌이 올라가고

꼭대기에 별을 올리는 순간

노동에 투입된 마지막 타인이 숨을 거뒀다.

그의 유언은 전해지지 않는다.

아무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도 이 탑의 위치와 흔적을 모른다.

집단 무의식을 실험하는 커뮤니티에서

탈출한 멤버의 증언이라는 주장이 있고

모 회사 내부 교육에 초청된 강사가

꾸며낸 이야기라는 설도 있다.

다크웹에서 자주 쓰이는 AI가

자기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의 최초 발설자는 실종됐다.


다만 이 이야기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 타인이 이 탑의 의뢰인이라고 믿었다.

그는 애초 죽은 가족을 기리기 위해

이 탑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애절하고 순수했던 의도가

이렇게 많은 타인과 타인의 가족들을

사지로 내몰 줄 몰랐고 깨달았을 적엔

자신만 남아 탑을 쌓고 있었다고 한다.


죽은 가족의 이름이 별이라고 했다. 탑 완공 후

마지막 힘을 다해 그 이름을 새기려 했지만

정신이 혼미해 벌이라고 썼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가 벌을 받았다고 믿고 싶어 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그 탑의 행방을

아직도 찾고 있다. 무수한 타인을 갈아 넣어가며.





The Tower of Babel

Tobias Verhaecht (c.1560–1631)

Norfolk Museums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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