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둔 목적지는 없었고
도착한 곳은 의도된 우연을
현명한 기회로 믿게 하는
쇼핑몰이었어요
평소 가던 시간대가 아니었지만
평소 들르던 곳을 지나다가
하나씩 수집하게 되었어요
모스카토 다스티의 여러 이름들과
병에 그려진 디자인들을 가만히 보다가 떠났고
드롱기 커피머신 설명을 듣다가
집에 있는 버추오를 떠올렸고
오덴세에서 에스프레소잔과 받침을 처음 사보고
르크루제였나 스타우브였나
작고 긴 조리도구를 하나 샀고
애초 로퍼와 가방을 좀 보려고 간
편집매장 세 군데에서 한참을 있었는데
긴 티스푼과 짧은 티스푼과 작은 고슴도치
유리조형물이 바닥 가운데에 놓인 유리잔을 샀어요
수년 전부터 여러 곳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했는데
새로운 디자인들이 나와서 시즌 오프처럼
이거 하나만 가격이 좀 낮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와 설명 듣자마자 티스푼들과 함께
서둘러 먼저 결제했죠
떡볶이를 먹고 오락실에 가고
해가 지니까 커다란 건물을 감싼 전구들에서
불이 모두 켜지는 것을 분수 옆 테이블에 앉아서
지켜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어요
틈틈이 오늘 입은 컬러와 맞는
새로운 재킷을 하나 샀고
돌아와 사 온 것들을 정리하고
어제 도착한 수전 손택 신간을
방금까지 조금 읽었어요.
아까 새로 산 티스푼은 지금
옆에 있는 커피잔에 꽂혀 있고
어딜 가서 이렇게 작은 것들을
여러 개 산적이 언제였나 싶고
이번 7월에 들어왔다는 400만 원 조금 넘는다는
뭐가 많이 들어갈 것 같은 가방은
여성 라인이지만 가죽이 너무 부드럽고 좋아서
가져오고 싶었는데 (예산도 없을뿐더러)
이미 봐둔 같은 브랜드 다른 제품이 있어서
그냥 보고 듣고만 왔어요
페니 로퍼도 찾던 스타일이 거의 없었고
나이키 매장은 신의 분노를 산
소돔과 고모라 같아서 몇 걸음
안 들어가고 빠져나왔고
타임 매장은 재킷을 좀 보려다가...
매장 내부가 너무 한적해서
그만두었습니다
60만 원 정도 하는 페라리 레고가 있었는데
(늘 지나치기만 하지만)
박스 크기보다 가격이 더 놀라워서
판타스틱 4 레고와 함께
친구에게 사진만 보내줬죠
키스 해링 레고는 정말 이상했고
나사 아르테미스 우주 발사 시스템 레고와
노이슈반스타인성 레고는 정말 탐나긴 했어요
개모차가 정말 많았어요
목줄 맨 강아지들과 빈부격차가
느껴질 정도로
*가방은 안내받은 정보와 달리 남성 제품이었음
https://www.prada.com/kr/ko/p/%EA%B0%80%EC%A3%BD-%ED%86%A0%ED%8A%B8%EB%B0%B1/2VG130_2BBE_F0002_V_O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