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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생각이라는 게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생각을 좋아해요


절대적 독립적 폐쇄적

공간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우리가 어느 시절

우리를 같은 생각 안에 가두고 잠근 채

같은 방법으로 좋아한다고 여긴 적이 있었고

그때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불안과 공존했지만 의심은 순위가

저 멀리 있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의심까지 챙길 수 없었어요


우린 그때 같은 파도에 몸이 젖은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떠다니는 부서진 나무 조각을 모아

뗏목을 만들든 해무 속에서 덮쳐오는

유조선에 손을 흔들어 한 명이라도

태우든 살아야 했어. 50%의 생존율이라도

우리 중 한 명이라도 건져야 했어요

그리고 비슷하게 되었지. 정말 다행히도.


당신을 살려서 우릴 살리는데 기여했을까요

그땐 숨을 몰아쉬며 앞뒤 분간하느라

어디까지 생각한 줄 모르겠지만

모른 척하는 건지 희미한 건지 들추고 싶지

않은 건지 헷갈리지만 그땐 닥치는 걸

해치워야 했고 작은 어둠은 어둠이라는 걸

알면서도 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우선순위가 아니었으니까


우린 그 시절을 잊지 않아요 못해요

우리가 모르는 사고가 터져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나는 가끔 그런 사고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지워지거나

기억하지 않거나

그렇게 보이거나

그렇게 느껴지거나

모두 같은 모양으로 보여


소리 내지 않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것과

죽었다고 여겨지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기억 속에서만

상상 속에서만

생존하고 살아있을 수도 있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 눈물 나

정말 죽어서가 아니라

정말 죽은 것 같아서

그걸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름도 다 새기지 못한 무덤가에서

잔디를 쥐어뜯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 같아서


심해 속에서 눈을 감은 채

부유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차갑고 어둡고 깊은 곳에서

나 홀로 다 말라버린 과거의

산소통을 들이마시며

창백해져 가며

지나가던 물고기가

다리를 물어도 느끼지 못하며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해요

뇌가 피에 잠겨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출력하고

절대적 독립적 폐쇄적 공간에 붙여요


좋아해요

잠기며

눈을 감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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