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이해할 필요 없고
다수에게 설명할 필요 없는 상태를
미쳤다고 치면 저는 미치긴 했어요 라고
인정할 정도로 미치긴 했어요
늘 미쳐 있긴 한데
덜 미쳐 보이기도 하고
더 미쳐 보일 때도 있는데
둘 다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고
관심 없어요
이런 상태에 영향을 받는 타인이
있을 수도 있는데
부정적이라면 의도했을 리 없고
긍정적이라면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얼마 전 누군가의 글에는 누군가의 진짜가
담길 수밖에 없어서 글쓰기는 쉽지 않다고
누군가 그랬다는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실력이든 아니든 제겐 여전히 제대로
글에 담아내지 못하는 내면의 진실과 진심이 있어요
그러는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글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글이 그렇게
쓰이는 이유는 그렇게 쓰일만한 이유가 있어요
쓸 수 있는 스킬이 있다고 다 쓴다면
저만 다치고 끝나는 일이 아닐 수 있어요
내가 다치면 내가 언제 까지든 안고 지내면 그만인데
남이 다치면 영원에 가까운 흉터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내가 잊지 않아요
그래서 어떤 글은 영영 쓰이지 않아요
타인의 상처를 각오할만한 가치를 지닌
글쓰기는 매우 드물어요. 누군가의 어떤 글은
그런 의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되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요
과감한 시도가
도약의 새로운 시작점은 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감당해야 할 게
타인의 존엄이라면 그깟 진심이든 진실이든
무덤까지 삼키고 가도 됩니다
어제 늦은 시간 여기까지 쓰고
이제 여러 번 다시 읽으며 드는 생각은
모두에게 무해할 순 없겠구나
신체의 모든 감각 기능이 정지된 사람만
입장 가능한 전시장에 걸어둔 글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해석을 하고
누군가는 감정을 느끼고
누군가는 기분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화살촉을 고무로 만든 화살을
아무 허공으로 쏘아 올린 정도예요
시간이 지난 후 어쩌다 바람에
날리던 화살에 머리나 어깨가 꽁
맞을 수도 있겠지만
검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른 정도로
여기고 싶습니다
계산하고 쓴 적 없어요
피눈물을 쏟을까 봐 책 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Aftersun by Anthony Vaccarello
Photographed by Purie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