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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아니야

by 백승권

너무 많은 것들이 싫은 이유는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것들 사이에

내가 원하는 것들이 없거나

내가 듣고 싶어 하는 소리가 없거나

내가 보고 싶은 디자인이 없거나

내게 필요한 것들은 없는데 그저

너무 많기만 하고 그게 너무 시끄럽고

시야를 가리고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


모르는 얼굴의 알고 싶지 않은

소리가 넘쳐서 유튜브를 끊었는데

같은 이유로 인스타도 끊어야 할까

싶은데 조금 더 유예될 것 같아

인스타는 뭔가 남길 수 있으니까.

여름에만 올리는 구름 사진처럼

유튜브는 그런 게 없지. 다운로드를 위한

검색용이 아니라면


병원 안에서 하루 종일 분주히

오가더니 각성 상태에 이르렀나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은 아픈

군중의 표정을 어떻게 견딜까

통증과 고통과 죽음을 마주하는

매일매일동안 같이 죽어가면서


아프고 나이 든 사람은

아프고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덜 아프고 덜 나이 든 사람에게 짜증을 내도 되나

나이가 훈장과 자격증이 아니라는 것은

저만치 살아봐도 알 수 없는 것


병원에는 이야기가 많고 그들은 모두

새드엔딩의 두려움을 혼자 품고 있다


괜찮은 척하려고 농담을 했지

이렇게 라도 안 하면 갑자기 소리 지를까 봐


언젠가 담담해지겠지

아직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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