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각에 대한 혐오와 퇴고

by 백승권

생각하기 싫어서 쓴다

생각은 늘 많았고

그중 일부는 글이 되었고

생각이 글이 되었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월요일 낮엔 좀 걸었고

어떤 평일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걷고 멈추고 아무렇게나

휘젓고 다니는 일이 더 자유로워서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서

말을 걸지 않을 매우 낮은

가능성이란 얼마나 좋은 것일까


아무도 날 못 알아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오래전 예능에서 박제된

어느 배우의 말이 떠오르고

그 배우는 화제성을 위해 수위 높은

사생활 노출을 이야기했었는데

눈에 띄어야 먹고살 수 있는 자의

절박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주말엔 범죄 현장에 있었어

CCTV 확인이 필요했고

반성 없는 가해자의

치켜뜬 눈빛이 생생해요

그는 높은 확률로 가까운 미래에

추가 범행, 추가 피해자를 만들 것 같아

가장 가까운 보호자의 태도가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어

미래의 범죄 역시 둘의 합작이겠지


혼돈의 주말이었고

여전히 충격과 분노와 피로가 가시지 않아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씁니다

새벽에 쓰고 오전에 다듬었어요


다시 다듬는 오늘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처음 도착한 곳에서

처음 듣는 말과

처음 겪는 일들이 많았고

여러 번의 사과를 했어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모호한 이야기가 많죠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8화[VIP선정]브런치 10년 리뷰: 1,766편의 기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