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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선정]브런치 10년 리뷰: 1,766편의 기록들

전체 조회수 2,290,878회 (9.1.12:04 AM 기준)

by 백승권

1,765편.

2015년 오픈할 때부터 오늘까지 브런치에 쓴 글의 수. (9.1.12:04 AM 기준) 전체 조회수 2,290,878회. 조회수 10만을 넘는 건 네 편. 모두 영화 리뷰. 블루 발렌타인(225,027), 라라랜드(127,094), 수어사이드 스쿼드(114,980), 카페 소사이어티(109,730). 미셸 윌리엄스, 엠마 스톤, 마고 로비,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동시대 최고 배우들의 작품이고 라이언 고슬링은 상위 두 편에 출연했다. 브런치에 뭔가를 쓰는 동안 여덟 권의 책을 출간하고 여덟 편의 매거진 칼럼을 기고하고 네 번의 미디어 인터뷰를 하고 네 번의 글쓰기(카피라이팅) 강의를 하고 세 번의 퇴사와 입사를 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선정된 적 없음. 몇 년 전 겨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긴 했다.


최근엔 '읽지 않음'이란 브런치북 연재를 한다. 메모 같은 일기를 여덟 권째 쓰고 있고. '영상기억 감정기록'이란 브런치북 연재도 한다. 가장 독특했던 연재 중 하나는 뉴욕타임스 종이 신문에 게재된 보도 사진들을 찍어서 짧은 글과 올린 경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사진이 매일 1면에 실렸던 시즌이었고 장례식과 유족의 오열 장면을 담은 사진이 많았다. 4년 간의 구독을 멈춘 후 지금은 쓰지 않는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투병 기록을 남겼었다. 당시 코로나를 둘러싼 여러 비극과 공포, 낯선 풍경에 대해 쓴 적 많았는데 직접 걸리고 나니 이보다 몸으로 밀어서 쓰는 경험은 드물 것 같았다. 7일을 앓았고 매일 기록했고 '코로나 다이어리'라는 브런치 매거진으로 남겼다.


브런치처럼 2015년에 태어난 도로시는 이제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줄 안다. 나와 도로시와 아내는 교환 일기를 쓰고 그중 일부를 도로시의 동의를 얻고 브런치에 가끔 옮긴다. 일상과 철학을 넘나드는 비범한 표현들이 많다. 더 어릴 적에는 갓 태어나 생명체의 온갖 신비로움을 다급히 글로 옮기곤 했다. 도로시와 함께 읽은 동화책 (수천 권 중) 21편의 리뷰를 연재하기도 했다. 동화는 어린이 시기의 장난감 같은 한철 장르가 아니다. 어떤 동화는 시, 소설, 희곡, 에세이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으로 데려가 독자의 심장을 움켜쥔다. 김훈, 한강, 무라카미 하루키, 캐시 박홍 등의 책을 읽고 리뷰를 모아 브런치북을 만들기도 했다. 북 리뷰는 지금도 쓴다. 웹툰 리뷰도.


영화 리뷰가 담긴 브런치북은 -앞서 언급한 '영상기억 감정기록' 두 권까지- 열여섯 권. 영화는 영상 언어의 결정체지만 기어이 텍스트로 다시 추출되는 것들이 있다. 충격적 이미지를 경험하면 기록의 의지가 돋아난다. 어떤 사건은 뉴스가 되듯 어떤 영화는 리뷰가 된다. 영화라는 세계와 절연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쓰일 것이다. 브런치 조회수 10위 안에는 미아 한센 르뵈 감독의 다가오는 것들(85,139),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61,768) 같은 베니스와 깐느가 사랑하는 영화도 있지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59,805)도 있다. 참고로 지금까지 본 영화와 드라마는 3,331편.


브런치에 가장 많이 쓴 장르는 에세이. 브런치의 전체 글 편수로만 보면 영화 리뷰 보다 일상 에세이가 더 많다. (앞서 언급한 '읽지 않음' 시리즈를 제외하고 브런치북으로 일곱 권) 영화 리뷰가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재해석이라면 일상 에세이는 다양한 형식으로 진짜 나를 담는다. 깊은 밤도 한낮처럼 밝히는 찬란한 환희의 순간부터 격정적 분노와 자학으로 온 정신을 멍들게 하는 기분까지 애써 포장하지 않는다. 최대한 진짜의 표현과 기록으로 작금의 심리와 감정을 번역한다. 인간과 상황에 대한 증오가 빠질 수 없고 폐허의 심연과 사방이 막힌 폐쇄적인 절망도 걸러내지 않는다. 기억이 잊어도 기록은 남게 된다.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당시 상황을 정의하고 선언했던 시절이 여전히 생생하다. 모두 브런치에 쓰인 글이 되었다. 62권의 브런치북과 매거진의 한 페이지로. 브런치가 없었다면 지난 10년은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기록되고 정리되었을 것이다. 여전히 익숙한 그립의 펜을 쥐고 빈 종이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새 글의 첫 문장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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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브런치 10주년 기념 팝업 전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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