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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이 아릴 때

by 백승권

숨긴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어


쉼 없이 이야기해도 삼킨 문장이 목에 걸리고

죽은 듯 입 다물어도 혼잣말은 나오기 마련인데

글로 적지 않는다 하여 마음을 비운 것은 아니듯

꺼내지 않는다 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


혀끝이 아리기도 해요


뭘 그렇게 못다 한 말이 있나

뭘 그리도 꺼내려고 하나

알아듣는 이 아무도 없는 그런 소릴


사실 제가 가장 듣고 싶었어요


화자와 청자가 일치하는 순간

그걸로 공연이 끝나는 매직

입술 안쪽에서 떨고 있던 불꽃과

공기 중으로 나아가 흩어지는 파열음은

너무 달라 발설한다고 감옥에 가지 않겠지만


정면을 향해 발사한 총알이

적도를 타고 돌아와 등에 박히는

잔열이 느껴지기도 해요


발사한 이상 무효가 될 수 없고

입김 섞인 작은 목소리라도

울림과 떨림까지 지니고 있고


폐에서 뇌로 위치를 바꾸며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다시 무의식으로

간헐적 탄식을 맥락과 거짓 없이


(여기까지 쓰고 잠들었고)


사랑했어 고마웠어요

(이토록 한없이 무력한)

모든 편지의 보낼 곳이자

첫 줄이었어


젖은 단어들은 잘 읽히지 않아

초안 수정하며 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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