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쓰며

by Glenn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해치지 않으며

아무도 의미를 모르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그런 일에 혼자 골몰하며

시간과 집중을 쏟는 이에게도


견디기 힘든 중압감과 허무

자조와 서글픈 한숨으로 인해

한낮의 피로에 자욱이 휩싸이고

한밤의 불안에 내내 괴로워하다


이대로 끝나더라도

정녕 괜찮은가 싶은

숨을 쉬지 않는 의욕과

감지되지 않는 동력으로


한없는 허언 속에서

미래를 불신하며

과거를 부정하며

현재를 폐기하며


손을 모래삽처럼 만들어

여기 흙을 퍼서 저기로 옮기며

무엇의 무덤을 짓고 있다


발표하지 않은 원고를 고이 안고

얕은 깊이에 가만히 누워

그래도 쓰는 동안은 뭔가 기대하고 있었다고

식어가는 등과 새벽 기운 서린 목덜미를 떨며

흥 조금 내뱉고 입가 실룩거리다가


눈꺼풀을 덮고 잠들 것이다

어떤 알람도 깨울 수 없는 곳으로

깊이 더 깊이 느리게 이미 늦었지만

머쓱하게 나아가며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