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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Aug 09. 2018

마녀, 나를 찾아줘

박훈정 감독. 마녀






괴물로 키워진 아이. 도망친다. 칩거한다. 시간이 흐른다. 오디션에 나간다. TV에 나온다. 괴물로 키운 자들이 알아본다. 쫓는다. 잡는다. 데려온다. 의자에 묶는다. 약을 주사한다. (소녀가 된) 아이는 웃는다. 소녀는 시한부였다. 하지만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들에게 약물이 있었다. 소녀는 도망쳤지만 단명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잡은 게 아니라 잡힌 거였다. 찾은 게 아니라 찾게 한 거였다. 벽이 피로 물든다. 적들의 머리통이 터진다.


괴물로 키워진 다른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도망치지 않았고 훌륭한 괴물로 자랐다. 어깨를 스쳐도 죽이고 기다리기 지루해도 죽이고 어차피 죽을 거인데도 기어이 고통스럽게 죽인다. 그들에게 소녀는 전설이었다. 넘사벽이라고 자라는 내내 들었을 것이다. 마주했을 때 악이 받쳤고 상대했을 때 절감했지만 이미 늦었다. '클래스'가 다르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자라는 내내 그들의 선택권은 제로였다. 과학이 키우고 깡패가 죽인다. 또는 같은 괴물 소녀가 죽인다. 쯔쯔쯔.


소녀(김다미)는 자신이 괴물이라는 점을 하루도 잊은 적 없었다. 들키고 싶지 않아 철없는 청소년인 척 했다. 십 년 동안 거짓말을 했다. 끝까지 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 맞은 놈이 머리 커서 덤빌 때까지. 그리고 그놈의 턱을 부수고 안면을 피범벅으로 만들 때까지. 소녀는 돌아간다. 제 발로 나와 제 발로 돌아간다. 엄마라고 주장하는 과학자(조민수)와 마주한다. 어차피 약만 받고 찢어 죽이려고 했는데. 깡패(박희순)가 알아서 죽이고 깡패는 소녀가 죽인다. 바쁘다. 약을 좀 나눠서 사람처럼 대해준 인간 엄마(오미희)도 살려야 한다. 괴물과 인간을 오가야 해서 소녀는 자주 피곤하다.


쓰다 보니 장준환 감독의 괴물, 화이(여진구)가 겹친다. 어쩔 수 없이 괴물로 길러진 아이. 자라는 내내 고통에 휩싸이며 머리를 감싸 쥐어야 했던 아이. 화이는 자신의 과거와 주변 어른들을 모두 제거한다. 이젠 본능이 되어버린 괴물의 길을 기꺼이 간다. 마녀 아가씨도 마찬가지다. 복수에 다다르는 분노의 온도차가 있지만 소녀 역시 어차피 떼어내지도 못할 마녀 유전자를 적극 소환한다.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마녀가 이기겠지. 날아오는 총알을 거꾸로 돌릴 텐데. 마녀의 유일한 친구(고민시)가 마녀2에 다시 나오면 좋겠다. 가수로 대박 쳐서 수입을 5대 5로 나눈다는 계약서를 들고 자윤이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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