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생각으로 시간을 센다

내가 그들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by 백승권

눈 뜨니 아내가 아팠다. 출근을 미루고 간호했다. 도로시도 곁에 있었다. 내 눈빛을 살피고 내 행동을 따라 했다. 등을 두드리고 팔을 주무를 때는 우주에 혼자 있는 듯 집중했다. 겨우 괜찮아진 후, 서둘러 신발을 신을 때, 따라온 도로시의 표정과 베베꼬는 몸이 입맞춤과 포옹을 간절히 원했다.

망설이지도 갈등할 필요도 없었다. 도로시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눈을 맞추고 등을 감싸고 볼을 부비고 입을 맞췄다. 도로시의 양팔이 목을 감았다. 천천히 일어나 더 꽉 안아주고 볼을 부볐다. 이 감촉과 체온으로 오늘 하루를 지날 수 있다. 도로시에게 아내를 부탁할 수 있다.

나보다 더 아내와 더 깊고 가깝고 오래 지내고, 그보다 더한 사랑을 받고 있어서 도로시는 이제 자신이 받은 사랑의 감정과 행동을 아내를 비롯한 자신이 믿는 이들에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 말하고 만지고 눈빛으로 전한다. 자신과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표현으로 증명한다.

도로시 생각으로 시간을 센다. 오래전 한 사람을 만났고 이후 나의 우주는 이렇게 바뀌었다. 삶의 질서와 방향, 생각의 중심, 세계관이 아내로 인해, 우리의 도로시에게까지 이르게 되었다. 미지의 소멸을 두려워하며 오늘도 받은 것들을 돌려주는 방법에 골몰한다. 내가 그들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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