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모른다.
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
결론을 내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기록은 변화의 시작점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모르고
무지의 자각은 무지의 자각일 뿐이다.
자신의 상태를 아는 것이
상태의 개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 나빠지지 않는 게 다행이거나 좋은 건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흥미를 느끼던 때도 있었다.
위기는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니 잘 활용을 한 적은 없었지.
다행히 내 쪽으로 기울어졌을 뿐이다.
노력의 질량을 신뢰하지 않는다.
만족하는 수준은 있지만
이 정도 했으니 저 정도 되겠지 같은
낙관은 옵션에 없다.
노력에는 기대가 없다.
포도알이 다 채워지지 않아 이러나.
채점지에 별과 동그라미, 100에
가까운 숫자가 덜 그려질까 봐?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무력감에
너무 빨리 도달한 것 같다.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
주도권이 없고 여전히 낯설다.
이게 정확한 설명이 아니지만
이 글 자체가 애초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난데없이 지금은 그렇게 행복한 상태가 아니구나
라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새로운 것, 변화, 속도, 적응,
조율, 행동, 선택, 결정,
합의, 정리, 논쟁, 반복, 수정,
밤, 시간, 피로, 진동, 현기증,
불면, 불편, 불만족, 수준,
동의, 타의, 자의, 변하지 않는 것들,
바꿀 수 없는 것들, 가능성, 방향,
컨트롤, 실패, 거부,
남겨진 것들이 있어야 했다.
최소한의 필수 동력이 확보되어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었다.
기대하거나 덤비거나
농담하거나 예측하거나
지치고 잠이 오고
비가 쏟아지고 버스는 지나가고
사람들이 타고 출발하고
눈이 감긴다.
버스는 집으로 향하고
나는 감기는
눈으로 이 글을 여기까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