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3일
도로시와 나는 종종 귓속말로 이야기한다. "도로시, 엄마가 몸이 안 좋은 거 같아.", "알았어" 도로시는 아내에게 다가가 아내의 손을 강하게 잡고 침실로 끌고 데려간다. 거기에 누우라고 하고 자기 베개를 가져다가 아내 머리 밑에 받쳐주고 자기 이불을 가져다가 아내 몸 위에 덮어주고 자기 인형을 가져다가 아내 옆에 안겨주고 아내 머리에 손을 올려 열을 체크하고 쓰다듬는다. 내가 몸살로 헤롱헤롱 할 적에도 도로시는 같은 방식으로 간호하고 옆에 착 붙어 앉아서 밥과 국을 떠먹여 줬다. 도로시는 늘 아내와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며 세 사람의 일부, 우리 중 하나가 되려고 노력했다. 너는 이미 우리의 전부이자 모든 것인데, 단 한순간도 도로시는 선 밖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으려는 듯 우리와 모든 우주를 공유하고 싶어 했다. 대화 표정 웃음소리 공간 먹고 입고 노는 시간 모든 것.
요즘은 구체적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대화 중 큰소리를 내지 말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만의 비밀이라며 모두가 들을 수 있는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동물과 식물, 곤충 등 자연에 대한 지식으로 깜짝 놀라게 하고, (아내와 내가 눈빛을 주고 받을 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표정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며, 희미한 워터마크처럼 보일 정도로 멀리 지나가는 비행기를 발견하고, 원하는 간식, 장난감, TV 시청 시간을 얻기 위하여 이성과 감정을 녹인 논리정연하고 열정적인 설명으로 귀 기울이게 만든다. 함께 있는 시간, 그러니까 365일 24시간 아내와 나의 모든 눈코입과 신경, 정신, 뼈와 근육은 온통 너에게로 향해 있는데 그 집중력 속에서도 새로운 몰입을 끌어낸다. 너는 빛, 너는 블랙홀, 너는 우주, 너는 하늘, 너는 바람, 너는 숲, 너는 여름, 너는 겨울, 봄, 가을, 새로운 모든 촉감과 표정. 도로시는 우리를 자라게 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단단히 드러낸다.
순간과 시간을 정지시킬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 도로시는 자라 우리의 그림자보다 더 커져 있을 것이다. 언젠가 멀어진 거리와 줄어든 대화 속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 아직 오지 않은 시공간의 빈 곳을 벌써부터 상상하며 상념에 젖을 새는 없다. 너는 조금이라도 어딘가 부딪히면 놀라고 애처로운 눈을 나와 마주치며 팔을 벌려 내게 달려오고 가슴팍 깊숙이 쿵 안기고 고개를 목덜미에 파묻고 작은 목소리로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니까. 아내를 보며 나를 보며 자신의 우주가 어떤 테두리로 둘러져 있고 수천 권의 동화책을 파헤치며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체크해보고 장난감과 장난감 속에서 오늘 밤 꿈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테니까. 우리는 여전히 너에게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자주 물어보고 늘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애써 침착하게 대응하려 하고, 너의 생각을 너의 의견을 너의 주장을 네가 원하고 원망하는 것을 체크하고, 너의 입맛과 네게 갑자기 떠오른 가고 싶은 곳과 너의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훗날 네가 홀로 걸어갈 적에도 다시 돌아올 곳이 어딘지 잊지 않도록 너를 공부하고 너를 사랑한다 말하고 네게 볼을 부비며 감싸 안는다. 1796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