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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Oct 16. 2024

소설 덕수궁 돌담길, 그 계절에15

2008년 첫사랑 짝사랑 멜로 연애

은석은 복도를 서성거리며 조금 전 화실에서 다원과 명준이 나눈 대화와 상황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봤다. 이어 다원과 명준이 다가왔다.

“언제 왔어?”


 다원이 은석에게 달려왔다.


 “조금 전에. 같이 있었던 거야?”


 은석은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인물화 연습한다고 내가 부탁해서 같이 있었어.”


 명준의 말을 듣고 여전히 은석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리 말을 했어야 하는데 미안해.”


 은석은 사과를 건네는 명준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게 뭐라고 미안할 일이야.”


 마음이 불편했지만 은석은 마지못해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우리는 갈까?”


 은석이 다원에게 말했다.


 “그러자.”


 “먼저 갈게.”


 은석이 명준에게 얘기했다.


 “알았어.”


 


 다원과 은석은 학교 건물에서 나왔다.


 “시간 안에 다 완성한 거야?”


 “응.”


 은석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난 시간 제약이 제일 싫더라.”


 다원이 은석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은석의 머릿속에서는 다원과 명준의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다. 다원의 손이 다가오자 은석은 감정을 실어 그 손을 뿌리쳤다. 다원은 당혹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다원은 겁을 먹었다.


 “화실에서 말이야.”


 은석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에?”


 “둘이 계속 같이 있었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면서 기다리고 있기가 뭐해서 화실에 있었는데…”


 “아니다. 내가 좀 예민해졌어. 아직 다음 대회도 남았고.”


 은석은 다원의 말을 자르며 얘기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헤어질까?”


 다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다원이 고민에 잠긴 얼굴로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잘 들어갔’ ‘집이야?’ 등의 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여보세요?


 - 뭐하고 있었어?


 - 너한테 문자 쓰고 있었는데…


 - 내가 미안했어.


 - 응? 뭐가 미안해?


 - 내가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 괜찮아. 그럴 수 있지.


 - 내일 신당동에 갈래? 가고 싶은 떡볶이집이 있거든.


 - 좋아. 내일 가보자.


 


 두 사람은 신당동의 어느 떡볶이집을 찾았다. 마주 앉아 매운 떡볶이를 먹고 있는 다원과 은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화끈거리고 있었다.


 “엄청 매워.”


 다원이 혀를 내두르자 은석이 음료를 컵에 따르고 내밀었다. 다원은 벌컥벌컥 음료를 마셨다.


 “맵긴 매운데 스트레스가 엄청 풀려. 이 맛에 매운 걸 찾나봐.”


 그렇게 말하는 은석의 얼굴은 얼얼했다.


 “다 먹었어?”


 은석은 지갑에서 천 원짜리 지폐 3장을 꺼내 올려놓았다.


 “배불러. 나 화장실에 갔다올게.”


 “알았어.”


  다원은 자신의 지갑에서도 돈을 꺼낸 뒤에 다 먹은 음식을 보며 계산을 해봤다.


 “5천원이네.”


 다원은 천 원짜리 한 장을 은석의 지갑에 도로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갑에서 사진 하나가 떨어졌다. 사진을 보니 은석과 서경이 다정하게 찍은 모습이었다. 사진의 하단에는 200X년 12월 XX일, 만난 지 10일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은석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다원은 얼른 사진을 넣어버렸다.


 “나갈까?”


 “그러자.”


 다원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떡볶이집에서 나온 두 사람은 길을 걷고 있었다. 다원은 지난번에 은석이 중3 시절에 잠깐 들려주었던 연애 이야기를 떠올렸다.


 “네 생각은 어때?”


 다원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응? 뭐라고 했어?”


 은석은 다원을 마주봤다.


 “내가 몇 번 물었는지 알아?”


 “아… 내가 잠을 좀 못 자서 그런가봐.”


 다원은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랬어? 그럼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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