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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Oct 17. 2024

소설 덕수궁 돌담길, 그 계절에17

2008년 첫사랑 짝사랑 멜로 연애

 

명준은 서경의 사진을 놓고 인물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은석과 서경이 교실 뒷문으로 들어오면서 그 모습을 봤다.


 “벌써 다 그려가네?”


 “빨리 제출해야지.”


 “실물보다 낫다.”


 은석이 서경을 보다가 말했다.


 “뭐? 확실히 인물화는 강은석보다 하명준이 더 잘 그려.”


 “그래, 인정!”


 “해방이다.”


 그림을 다 그린 명준이 말했다.


 “과제 끝나서 좋겠다.”


 은석이 부러워하며 얘기했다.


 


 초콜릿 매장을 찾은 다원이 진열된 초콜릿을 구경하며 고민에 빠졌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다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원이 옆을 보면 서경이 있었다.


 “여기서 뭐해?”


 “선물 사려고.”


 “은석이 선물?”


 “응.”


 “은석이는 좋겠다. 여자 친구가 선물도 주고.”


 “비밀이야.”


 “이게 뭐라고 비밀?”


 “어?”


 “걱정 마. 내가 진짜로 얘기 하겠어?”


 다원은 뭔가 못마땅한 기분이 들었다.


 “선물은 골랐어?”


 “좀 고민이네.”


 “은석이는 녹차 맛을 좋아해.”


 “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 어쩌다보니까. 짝꿍이라서 이것저것 알게 되는 것도 있고. 넌 여자 친구이면서 취향도 몰랐어?”


 다원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내 말 들어서 나쁠 것 없을 거야.”


 서경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 먼저 갈게.”


 서경은 자기 할 말만 하고 가게에서 나갔다.


 다원은 녹차 맛을 제외한 3~4 종류의 초콜릿을 집어 들어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이 끝날 무렵에 다원은 다시 제품이 진열된 매대에 가서 녹차 맛 초콜릿을 들고 왔다.


 


 다원은 학교 앞에서 은석을 만나 초콜릿이 담긴 상자를 건넸다. 그리고 저녁에 두 사람은 통화를 했다.


 - 초콜릿 먹었어?


 - 먹긴 먹었는데 아껴 먹어야지.


 - 내가 너 취향을 잘 몰라서 여러 종류를 샀거든.


 - 잘 골랐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도 있었어.


 - 어떤 걸 좋아하는데?


 - 녹차 맛.


 - ... 그래?


 - 아이스크림도 그렇고 녹차 들어간 것…


 - 알았어.


 - 왜? 갑자기 무슨 일 있어?


 - 아니야. 너 일찍 자야지.


 - 그래, 알았어. 내일 끝나고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다원은 생각에 잠겼다.


 ‘진짜 나보다 더 은석이를 잘 아는 걸까? 왠지 모르게 지는 기분이다.’


 


 다원은 어느 대학교 교문 앞에 있었다. 잠시 후 대회를 끝낸 은석과 서경이 나왔다. 은석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은 걷기 시작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온 지 얼마 안 됐어.”


 “뭐야. 데이트하기로 했어? 나한테 그런 얘기 안 했잖아.”


 서경은 팔꿈치로 은석의 팔을 치며 말했다.


 “너도 남자 친구 만들어.”


 “괜찮은 사람 없냐? 참, 너 내 말 듣고 녹차 맛 샀지? 은석이가 엄청 잘 먹더라. 아까 전에 은석이가 하나 줘서 먹어봤거든. 맛도 괜찮더라고.”


 다원은 왠지 모르게 난감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마지막에 음영처리 그게 좀 걸려.”


 서경이 은석에게 말했다.


 “다 했다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했느냐가 중요하지.”


 둘의 대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원은 은석을 보며 눈치를 줬다.


 “넌 집에 갈 거지?”


 은석이 서경에게 말했다.


 “우와~ 치사하다. 너희는 어디에 갈 건데?”


 “왜? 따라가려고?”


 “그럴까?”


 “빨리 가.”


 “어디 가려고? 여기 학교도 괜찮던데. 안에 큰 호수도 있고 정원도 예쁘게 가꾸었더라.”


 다원은 피곤한 기운이 몰려왔다.


 “어떻게 할까?”


 은석이 다원에게 물었다.


 “뭐? 잠깐 따로 봐.”


 다원이 은석에게만 들리게 얘기를 하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뭐야? 인사도 안하고 그냥 가?”


 “넌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다원은 화를 참지 못하고 서경에게 얘기했다.


 서경과 은석은 다원의 말에 당황했다.


 “내가 뭘? 가려고 했어. 내가 설마 데이트에 끼어들까봐? 너 좀 이상하네.”


 “내가 이상하다고?”


 은석은 난처한 상황에 어쩔 줄을 모르다가 다원을 제지하며 다독였다.


 “좀 놔봐.”


 다원은 은석에게 짜증을 냈다.


 “너 왜 이러는데?”


 “몰라서 묻는 말 아니지?”


 “서경이랑 싸우고 싶어?”


 “열 받게 하잖아.”


 “내가 사과할게.”


 “네가 왜? 쟤가 잘못한 걸 왜 네가 사과하겠대?”


 서경이 다원에게 다가왔다.


 “너 진짜 웃긴다.”


 “오늘은 너 먼저 가.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은석이 서경을 타일렀다.


 “아니. 그냥 못 가겠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너 좀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니야?”


 “그래. 내가 좀 까칠하고 속도 좁아.”


 다원이 말했다.


 “좀 참으면 안 될까?”


 은석이 다원을 안으며 말했다.


 다원은 은석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은석은 다원을 세게 안았다.


 “비키라고.”


 다원은 은석에게 성질을 냈다.


 “싸워서 좋을 것 없잖아. 싸울 일도 아니고.”


 “그래. 나 먼저 갈게.”


 다원은 어이가 없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은석은 서경에게 인사를 하고 다원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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