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내 전 직장 중 한 곳에서 유독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이 나오길래 점심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회사(VC)가 투자한 곳만 2곳이고, 다른 2곳과는 협업하며 일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 투자받지 않은 곳들, 창업을 준비하는 팀까지 하면 더 많다. 나는 약간의 농담을 담아 그 회사가 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일할 거라면 내 걸 하는 게 낫지 않나?"싶게 만든다고. 우리 회사 대표님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즉,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거 아니겠냐고.
그 회사는 기술적 해자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아니고, 미국에서 이미 성공한 모델을 가져온 소비재 관련 회사이다. 메이저 VC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좋은 팀원들이 모여 팀 스피릿이 좋기로 한때 회자된 곳이기도 하다. 그 회사를 폄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창업이라는 굉장히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하게 하는 건 경험이나 스킬 같은 게 아니고, 용기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 회사 역시 지금 보니 벼락 성공처럼 보이지만 자잘한 흥망성쇠를 엄청나게 경험했고,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적어도 그 회사가 만드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퇴자사인 나까지 보증하는 곳이다.
누굴 까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용기를 갖자는 말.
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성공 여부를 떠나 시작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게 인상 깊었다.
우리는 왜 못해? 나는 왜 못해?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2. Choose Good Quests
Choose Good Quests – Founders Fund
점심시간 이후에 이 아티클을 읽었다.
내가 뭐 LLM 개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도 달에 가지도 못할 테지만 굿 퀘스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다.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빨리 성공하고 빨리 은퇴하는 삶을 목표로 살고 싶지 않고 (게다가 실제로 그렇게 벌지도 못함) 오래도록 시간을 들여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좋은 퀘스트는 미래를 현재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인데 적어도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는 초기팀을 발굴하고, 그 팀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게끔 돕는 지금 내 포지션을 좀 더 잘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궁극적으로 하고픈 일이 연기와 글쓰기라 할지라도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다.
일단 다음 주부터 휴직인데 충분히 재충전을 한 뒤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