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요선 Dec 01. 2023

VC는 어떤 창업자에 투자하나요?

VC에 다닌다고 하면 듣는 질문들 1

VC에서 일한다고 하면 받는 질문들이 있다. 대단한 뭔가를 아는 게 아니기에 답하기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나름 고민을 하게 된다.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VC는 어떤 창업자에 투자하나요?"이다. 이런 걸 물어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창업을 실제로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인지라 더 잘 대답해드리고 싶다. 그래서 실제 유니콘으로 성장한 회사의 창업자의 프로필을 뜯어보았다. 사실 모두의 예상대로다.



특정 대학을 졸업한 특정 기업 출신들이 주를 이룬다. 이 중 남성의 비율은 94.3%로 압도적으로 많다. 스타트업이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포진되어 있기에 이들의 거주지는 서울/경기권을 벗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VC는 '서울/경기권에 거주하는 서연고포카를 졸업하고 좋은 커리어를 쌓아온 30대 초중반 남성'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고려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30대 초반 남성이 창업한 두 곳의 스타트업에 다녔다. 그들의 이전 커리어는 베인 앤 컴퍼니, SK 텔레콤, 토스이다.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대표님의 인맥을 활용한 채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팀원 절반 가까이 서연고 졸업생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본 창업자가 나와야 더 다양한 회사들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젠지 세대에게 어필되는 서비스들 말이다. 그건 그 세대를 이해하는 창업자가 더 잘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혀 아닐 수도 있다!) 더 많은 여성 창업자가, 20대 창업자가, 서연고포카를 졸업하지 않은 창업자가 나오면 좋겠다.


그것과 별개로 현실은 현실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입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가 해야 하는 답은 명확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계속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곱씹어볼수록 이 말이 정말로 맞다고 생각한다.


창업은 애초에 단기간에 끝나는 싸움이 아니다.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하는 젊은 창업가들은 3년 내에 엑싯을 목표로 하고, 본인의 드림카를 생각하기도 하던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았다.

옆에서 지켜볼수록 3년 이후가 찐인 것 같다.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라면 3년을 기점으로 시리즈 B라는 꽤 큰 금액의 투자를 받게 된다. 그 투자를 기점으로 또 대대적인 채용을 하면서 새로운 조직 개편이 이루어진다. 사업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커지는데 기존 멤버와 신규 멤버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안팎으로 아주 난리가 나기 시작한다. 또 3년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일에 미쳐있는 워커홀릭일지라도 지칠 시간이다. 새벽 3시까지 일하던 창업자들도 3년을 넘기기 힘들고, 대부분의 초기 멤버들도 그전에 번아웃에 온다. (그렇지만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은 여전히 아직도 그렇게까지 일을 하신다고 한다.)


애초에 시드 투자를 하는 우리 회사는 회수 기간을 7년으로 둔다. 그 정도로 창업은 긴 호흡이다. 사업 모델도 공동 창업자도 다 바뀌고 창업자만 남을 확률이 다분하다. 그토록 많은 VC들이 사실은 '창업자'에 투자한다고 하는 말이 어쩌면 진실이라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하는, 그리고 끝까지 하는 이유가 명확한, 그 이유가 외재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재적인 요인일수록 투자받기 수월한 것 같다.


그러니 나도 내가 하려는 것을 끝까지 할 생각이다. 끝까지 할 테다.


 

  

이전 01화 채용, '진짜로' 대신해드립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