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법칙> - 로버트 C. 그린
요즘 인간의 행동에 대해 (사람들의 행동에도 관심이 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작년에 읽은 책들만 봐도 (2019년 내가 읽은 최고의 책) 뜬금없이 관심이 생긴 경우는 아니지만 관심이 뇌과학이나 습관에 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좀 더 원초적인 뇌에서도 진화의 가장 초기에 있는 영역에 가까운 본성에 대한 것들에 관심이 더 생겼다. 아무래도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로버트 C.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자극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총 18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고, 각각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본성을 특징별로 나누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해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고 본성을 어떻게 알아채고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일단은 챕터가 많기도 하지만 이런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책이 꽤 두꺼운데 구성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어떤 것들은 사례를 읽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이해가 되었지만 어떤 것들은 (대부분 뒤로 갈수록) 사례가 있어서 이해할 수 있는 섬세한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 작년에 레이 달리오 <원칙>을 보면서 나도 살면서 내 나름대로의 원칙을 하나씩 만들어가면 같은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행동을 축적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원칙을 세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쓸 수 있는 건 왠지 모두 뻔한 얘기들 밖에 없어서 이게 참 어렵구나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레이 달리오가 생각이 난 건 책의 한 챕터 하나하나를 삶의 원칙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본성이란 건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인 원칙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유전적인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같은 방식을 쓸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내가 살아오면서 학업의 정규과정으로는 배울 수 없는 인사이트를 많이 주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배우면 좋고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중국의 문화혁명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를 말하며 집단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생각을 잊게 만들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내가 이과여서 그런지 몰라도 고등학교 때 우연히 본 <파도>라는 나치 실험을 하는 책을 읽은 것 외에는 집단주의에 대해서 듣거나 배워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몸으로 경험했고 의아한 부분이 있었던 점이었다.
최근에 이런 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니 올해 목표를 고민하다 내가 2019년도와 그 이전에 결핍을 느꼈던 게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올해가 얼마 안 지나서 실험해볼 수 있는 원칙을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성격에서 더 야심 차거나 더 섬세한 면을 끄집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렇게 억눌린 부분들은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아우성을 친다. 삶이라는 연극에서 당신이 연기하는 역할을 확장하라. 달라진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걱정하지 마라. 분류하기 힘든 사람이 돼라. 그러면 사람들은 매혹을 느낄 테고, 당신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