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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26. 2020

2020년 루티너리를 회고합니다

부제: 끝없는 시작

"이제 진짜 시작이다"


올 한 해 정말 많이 한 말이다. 처음 굿모닝이 루티너리로 되면서도, 매번 큰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좋은 리뷰를 받고 개선할 점을 찾았을 때마다, 좋은 팀원이 생겼을 때도 이 말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왔다.


내가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사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너무 들뜨지 말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미래에 겁먹지 않도록 지금 필요한 일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말이긴 했었다.


그런데 너무 이 말을 자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문득 '이렇게 맨날 시작이면 끝은 어디에 있고  시작은 반복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왜 매번 시작인 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 순간이 내게 새로운 순간이고 새로운 경험이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왔다는 말은 그동안 방점을 찍을 만한 일들도 많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루어온 일들과 시작은 양면에 붙어 있었다. 그동안 앞으로 할 일들에 집중하다 보니 특별한 날을 축하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동료와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2020년의 회고를 앞둔 지금 시작이 아니라 방점, 이뤘던 일들에 집중해보면서 한 해를 돌아보고 싶어 글을 쓰는 중이다.


1. 루티너리 사용자 수

마치 오래된 일인 것 같지만 "굿모닝에서 루티너리가 되기까지"란 글을 쓴 게 올해 봄이었다. 굿모닝이란 앱이 앱스토어 오늘의 앱에 소개되면서 국내 사용자들에게 한번 알려지기 시작했고, 때맞춰 업데이트를 하면서 루티너리가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누적 사용자가 고작 5천 명이었는데 3월 한 달 동안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앱을 설치했고, 6월에 누적 사용자 10만이 넘었다. 올해가 끝나면 대략 35만 명이 될 것 같다.


놀라운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광고를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동료와 내가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 개인적으로 쓰는 글을 제외하고는 (애초에 홍보 목적도 아니고 조회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홍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의도적으로 루티너리를 홍보한 적이 없었다. 홍보를 하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했지만 아직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만큼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국내 사용자들은 "해외 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국내 서비스였네요!" 하시며 놀라는 분들도 많았는데 스스로 앱스토어에서 검색을 하거나 바이럴을 통해 들어오는 수가 이렇게 많은 건 그만큼 우리가 공유하고자 했던 가치에 공감하고 조금 더 정돈된 하루와 중요한 일을 매일 조금씩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방식들을 제안하는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2. 많은 리뷰와 피드백

리뷰에 대한 이야기는 브런치 글에서도 한번 썼지만 성에 차지 않을 만큼 알리고 싶은 감동적인 리뷰와 의견들이 많았다. 현재 구글과 앱스토어에 각각 1천 개가 넘는 리뷰가 있다. 그 외에 메일로도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가끔 일정이 타이트할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 있는데 네이버에서 '루티너리'를 검색해 최근에 사람들이 루티너리를 사용한 이야기를 보는 것이다. 가끔 보면 '이 사람들 도대체 뭐지' 싶을 정도로 서비스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잘 사용해서 엄청나다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평소에 늘 지키지 못했는데 앱을 쓰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글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게 한다. 조금씩 한국 사용자들 사이에 회자가 되다 보니 최근에는 구독하고 있던 유튜브 디에디트 채널에서 루티너리를 소개 (내가 진짜 매일 쓰는 앱 4개! 성공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어플 추천) 한 적이 있었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디에디트 루티너리 설명 영상

더 나은 서비스가 되기 위해 찾아보는 자료들이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감의 원천은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와 개선되었으면 하면서 리뷰나 메일로 알려주는 피드백들이다. 나는 어떻게 보면 사용해본 앱도 많은 편이고 좋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도 꽤 있었지만 한 번도 리뷰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달거나 메일로 보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루티너리 사용자들은 피드백이 너무나 정성스럽다. 그래서 단순히 사용자가 아니라 같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파트너처럼 느껴진다.  


3. 올 한 해 루티너리의 변화  

올해 초의 나는 아마도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루티너리를 만드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과 심지어 "이제 시작이야"라는 말을 내뱉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신기한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데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 늘 개선해야 할 일들이 개선하고 싶은 일들이 눈에 보인다. 앱을 사용하면서 변화를 경험하고 또는 어떤 이유로 인해 경험하지 못한 사용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정말 열악한 기능과 기능과 사용성을 감수하면서도 사용자들이 앱을 사용해주고 업데이트를 차근하게 기다려 줬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느꼈다)


올 한 해 총 39번의 앱 배포가 있었고 그중 11번은 기능을 크게 바꾸거나 개선시킨 업데이트였다. 작은 개선을 생략하고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루틴을 여러 개로 만들기
: 굿모닝에서 루티너리로 바꾸면서 루틴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저녁 루틴을 만들면서 내 삶에도 큰 변화가 있었던 굵직한 기능이었다
    다양한 아침, 저녁, 운동 습관 프리셋 추가
 : 이 부분에 대해 만족하는 사용자들이 많았다. 쉽게 루틴을 만들 수 있는 프리셋을 추가했고, 자주 하는 행동이나 아침/저녁을 리추얼 하게 보내기 위한 행동들을   
    온라인 백업 기능
: 여러 기기에서 같은 루틴을 할 수 있게 백업 기능을 만들었다.  
    여러 번의 루틴 분석 페이지 개선 (루틴 기록)
: 이전까지 내가 한 루틴의 시간을 나중에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 개선으로 내가 어떤 습관에 얼마나 시간을 들이고 루틴을 최적화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루틴을 여러 번 쪼개서 할 수 있게 + 건너뛰기
: 한번 루틴을 시작하면 무조건 끝까지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삶이 항상 똑같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잠깐 루틴을 멈출 수 있게 그리고 건너뛰기 기능도 넣었다.  
    루틴 완료, 일시정지 알림
: 완료 후 넘어가지 않았을 때, 일시 정지하고 돌아오지 않았을 때 특정 시간마다 알림을 주었는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루틴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루티너리 선물권
: 아직 사용자가 루티너리를 선물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선물하고 싶은 사용자들이 있을 때 주기 위해 선물권을 만들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좋은 습관을 선물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
  
    오늘/전체/보관함으로 루틴 구분
: 생각보다 루틴 개수가 많은 사용자들이 많아서 오늘 할 루틴만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태그를 나눴다. 이 부분은 조금 더 개선시킬 여지가 있는 것 같다.


4. 새로운 팀원 그리고 새로운 만남

11월부터 새로운 동료와 함께하게 되었다. 동시에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도 구했는데 공교롭게 구하자마자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확실히  만나서 일하니 집중력이나 생산성이 월등히 높아졌다. (어쩌면 그냥 환경 변화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늘 뛰어난 사람들을 더 모으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초기 멤버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한편으로 조심스럽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참여한 분은 3년 동안 출판과 관련된 개인 사업을 해오면서 브랜딩이나 마케팅도 직접 해온 디자이너 출신이라 그동안 경험해온 분야도 우리가 채우지 못하는 영역을 포괄하고 무엇보다 루틴에 대한 관심과 제품의 본질에 대해 같이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이 초기 멤버로 핏이 잘 맞았다.


멤버 영입에 대해 동료와 둘이 이야기를 하면서 포기할 수 없었던 두 가지는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끈기와 제품의 본질에 대해 몰입할 수 있는지였다.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모두가 읽어봐야 할 책 중 하나가 <인스파이어드>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제품팀'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기획자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누구든지 제품은 어떻게 사용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팀이 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요즘 '다시 태어나 개발자로'라는 말이 밈처럼 떠도는 것을 종종 보곤 하는데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도 개발자가 될 거냐고 물으면 나는 농담으로 '내가 왜?'라고 하긴 하지만 사실은 개발자라는 직업은 매력적이고 좋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고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가치를 고민할 기회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여러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서 느끼는 건데 멋지고 배울만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어서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편으로 또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보고 같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개발자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루티너리와 함께 가치를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싶은 개발자가 있다면 브런치나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중요) 주변에 비슷한 결이 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추천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제 진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하루에 여유를 찾을 수 있게,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앞으로가 나도 많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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