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식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배고플 때 ‘대충 삼각김밥 먹는 사람’과 ‘뭘 먹을까 고심하는 사람’.
슬프게도 나는 후자의 사람이다.
다시 한번,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무리 졸려도 ‘밥 안 먹고 자는 사람’과 ‘밥은 먹고 자야 하는 사람’
슬프게도 다시 한번, 나는 후자의 사람이다.
배고플 때 삼각김밥이나 사 먹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니까, 배고플 때 거창한 식사를 하려고 들기보다는 허기를 채울 정도만 먹는 사람이고 싶다는 말이다.
평생을 밥순이로 살아온 나의 이런 발칙한 반항은 어떠한 목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주말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놀러 나갈 심산이었다. 아침부터 몸을 작동시키니 배가 고팠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을 거면 아예 먹지 않겠다’는 밥순이로서의 모토를 지키기 위해 아침 식사를 참았다.
그런데 정류장 뒤편 편의점에서 어떤 잠옷 차림의 여자가 삼각김밥을 들고나오는 것이 아닌가. 누가 봐도 그 모습은 영락없이 '자고 일어났는데 배고파서 아침으로 먹을 삼각김밥을 사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허기를 그냥 대충 때우는군.
내가 목격한 ‘아침으로 삼각김밥을 먹는 행위’는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시간이 아깝다’는 사고방식으로 자동 번역되었다.
1인 가구임에도 꿋꿋하게 혼자 마라탕, 배추찜, 떡볶이, 골뱅이 소면 등 갖가지 음식을 해 먹는 나에게는 파격적인 사고방식이다.
요리하는 시간을 1시간, 먹는 시간을 30분으로 잡는다면. 하루에 요리는 한 번만 하고 두 끼만 먹는다 쳐도, 인간이 깨어있는 17시간 중에서 무려 2시간 정도는 식사 준비와 식사에 쓰게 된다.
세계 최고 부자이자 돌+I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는 사업이 성공하기 전 한 달간 모든 식사를 ‘냉동 핫도그와 오렌지로 대체하는 실험을 한다. 만약 사업이 망할 경우 자신이 하루 1달러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실험이었다고.
어떤 채널에선 이러한 일론 머스크의 기행을 <메뉴 선정과 식사에 드는 시간을 아껴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 식사 메뉴를 하나로 통일한 일론 머스크>라고 해석했다. 실제 그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꽤 메이크 센스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식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이 두 사례를 기반으로 나는 결심했다.
'그래.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먹는 데 인생을 허비한 걸지도 몰라. 앞으로 배고프면 메뉴 고민 말고 삼각김밥을 사 먹자.'
더 나아질 미래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세븐일레븐으로 향했다. 내 계산대로라면 나는 앞으로 메뉴를 고민하고 음식을 먹는 시간을 아껴, 글 쓸 시간도 많아지고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질 참이었다.
막상 삼각김밥을 고를 때가 되니 참치마요 같은 아는 맛을 고르기 싫었다. 그때 눈을 사로잡은 대게 딱지 삼각김밥.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단돈 1,400원으로 게딱지를 먹을 수 있다니. 역시 삼각김밥은 효율성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며 한입 베어 물었다.
맛이 어땠냐고?
망망대해에 크레미 하나 떨어트린 맛이었다.
포장지에 프린트된 사진 속 대게가 머쓱해할 정도였다.
아쉽게도 삼각김밥 프로젝트는
과대광고 포장 이슈와
너무 높은 콜레스테롤 함량 이슈로 인해
잠시 보류 상태다.
주간 에세이 {이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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