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스티브잡스의 애플이 차고에서 시작됐다면, 편지 발송 프로젝트의 시작은 당근마켓이었다. 고도로 발달한 당근마켓 중독자는 환경운동가와 구별되지 않는다며 한창 당근에 빠져있었을 때, 내 안의 창작 욕구가 어쩔 수 없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중고물품이 아니라 내 글을, 내 생각을, 내 콘텐츠를 팔고 싶었다. 당장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없으니 편지로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편지 써드립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가격은 한 통에 1,000원. 취미로 만든 키링도 서비스로 넣어 함께 발송했다. 키링 원가가 개당 1,300원에, 우편값이 별도로 들었으니 사실상 편지를 하나 부칠때마다 마이너스였다. 땅파서 장사한다는 사람이 나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니. 감사하게도 총 열일곱분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고 보니 내 글의 독자를 얻고 싶다는 욕심이 더 났다.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도록 '편지 발송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름은 <아담한 편지> 독자를 모집해 매주 월요일 메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구독료는 무료. 아래는 첫 번째 <아담한 편지>의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아담한 편지입니다.
첫 번째 정식 편지 발행이네요
오늘은 어쩌다 편지 발송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한 번 이야기 해보려 해요.
사실 저는요, 부끄럽지만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입니다. 인플루언서나 스타를 꿈꾸는 건 아니구요.
저의 글과 생각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영하 작가나 이동진 평론가처럼요. 언젠가 저의 책을 내는 게 꿈이구요.
사실 전 유명세를 견딜 수 있는 깜냥도 안되고, 적확한 단어로 사람들을 감동하게 할 어휘력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글을 쓰기엔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쓰기를 미루고 미뤄왔어요. 그런데 이제 그러지 않으려고요. 고양이처럼 아홉 목숨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일단 뭐가 됐든 시작해보려 해요. 그래서 이런 편지 발송 서비스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제 글을 읽는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만으로요.
아마 앞으로도 아담한 편지의 내용은 저의 관심사나 일상 속 알아차림이 될 것 같아요. 설익은 글이겠지만 구독자님의 마음 어딘가를 건드리는 문장이 하나라도 남았으면 해요. 저를 가장 기쁘게 하는 말은 “영감(inspiration)이 되어줘서 고마워.”라는 말이거든요. 저희, 서로에게 앞으로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주는 존재.
구독자님들은 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관심 분야가 생기면 관련된 책을 먼저 찾아봐요. 도서관이 집에서 꽤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거든요. 전 게으른 편인데, 정말 신기하게 도서관 가서 책 빌려오는 것에는 게을러지지 않아요.
최근 관심을 두는 분야는 ‘퍼스널 브랜딩’이라 이번주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저자 김키미는 ‘브랜드에는 경계가 없다.’라고 말하더라구요. 브랜드는 완전한 보더리스(borderless)의 영역이고 도시, 단체, 인물 등 고유명사는 그 무엇이든 브랜드가 될 수 있다구요. 저는 궁극적으로는 저를 브랜딩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한동안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브랜드(사람)로 남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시간인 것 같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하며, 글을 마칠게요.
날이 무척이나 덥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이번 한 주도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바랄게요!
2024. 6. 17. 월요일 첫 번째 아담한 편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