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기도해주셨을 구독자 분들 덕분에 우리 강아지는 좋은 곳에 갔다.
아래는 다섯 번째 <아담한 편지> 전문이다.
금요일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가족들과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건강한 이별을 했습니다.
편지 읽으시는 분들 강아지별에서 아롱이가 좋아하는 간식 마음껏 먹을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아담한 편지> 다섯 번째 편지입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요즘 어떤 책을 읽나 반납대에 놓인 책을 보곤 합니다. 요즘은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나는 오늘 불안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이런 부류의 ‘불안’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자주 보입니다.
<아담한 편지> 구독 신청 양식에도 원하는 주제로 ‘불안’을 말씀하신 분들이 계셨고요. <인사이드 아웃2>의 주인공도 불안이었고요.
많은 사람이 불안한가 봅니다. 회사 때문에, 미래 때문에, 시험 때문에. 저도 그렇습니다.
타고나길 예민한 성정 때문인지 마음에 한 번 심어진 불안은 끝없이 커져 매 순간 저를 약하게 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면 두렵고 불안해서 눈물이 났고, 수면유도제로 억지로 잠들어야 하는 날이 늘어갔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져 일도 잠시 쉬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제가 아픈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공황장애라는 질병코드로만 저를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제 가족은 무뚝뚝해서 서로 연락도 잘 하지 않는데 불안한 마음에 아빠에게 “아빠 나 지금 너무 이상하니까 평소에 나한테 연락 좀 자주 해줘.”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저희 집 강아지 사진을 문자로 보내줬습니다.
지금은 아팠던 이유를 어렴풋하게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저를 맞추려, 따라가려 하다 보니 탈이 났습니다. 휩쓸리듯 살아서 아팠습니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불안이 찾아오려고 할 때마다 카페에서 글을 씁니다. 문장을 쓰는 순간은 불안하지 않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예술은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에 해법을 제공하는 매체다. 예술은 무엇보다도 존재의 부족한 부분을 해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저는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가끔 불안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편안합니다.
앞으로도 지금만 같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제 글을 읽어줄 사람들이 있고, 응원해주는 직장 동료들이 있고, 집 근처에 입맛에 맞는 돈까스 맛집을 발견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충분히 마음이 편합니다.
제게 불안은 또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때는 그때 찾은 방법으로 그 순간을 이겨낼 겁니다.
2024. 07. 15. 월요일 아담한 편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