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A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평상시 비글미를 뽐내던 사람이 갑자기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울고 있으니, 시청하던 드라마의 장르가 급 바뀐 듯하여 나는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A는 팔방미인이었다. 명문고, 명문대를 졸업했고 사교적인 성격에 일 센스까지 갖춘 그녀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약간 철부지 막내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항상 에너지 넘치고 생기발랄해 보였던 그녀에게 그런 고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눈물 닦을 휴지를 가지고 와야 하나’ 내적 갈등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다시 말했다.
“힘을 내려 해봤는데 마음처럼 안되고 이젠 정말 지친것 같아요.”
차근차근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이제껏 남을 위한 인생을 산 것 같았다. 우등생, 착한 딸, 대기업 회사원... 사회가 정해 놓은 ‘모범생’이 되기 위해, 그녀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자신을 억누른 채 참기만 하는 삶을 살아온 듯했다. 회사원이 된 후에도, 그동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아니 더욱더 처절하게 타인을 위해 하루하루 맘 졸이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염증을 느꼈고,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혹시 해보고 싶은 건 없어요?” 내가 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나아갈 힘이 하나도 없어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A는 말했고, 나는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감히 할 수 없었다.
“A 씨, 그럼 우리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면그동안 A 씨에게 힘을 주었던 게 뭔지 한번 거꾸로 찾아보는 거예요. 사소한 것도 좋고, 시시콜콜한 것도 좋으니까,조금이라도 A 씨의 삶에 에너지를 준 게 있다면, 그게 뭔지 한번 탐색해 보는 건어때요?"
“......”
“음… A 씨만 하면 왠지 혼자 숙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으니까, 나도 한번 해볼게요. 다음 주쯤 만나서 한번 같이 이야기 해 봅시다. 콜?” 나의 조그마한 진심이 전달된 걸까, 그녀가 힘을 내어 말했다.
“네, 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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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듯, 하기 싫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다
우리는 하기 싫은 걸 참고 하는 것에 익숙하다. 수험생활 내내 대학만 들어가면 샤랄라한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달콤한 이야기에 속아 진절머리 나는 입시시험 준비를 참았고, 대학에 들어가면 ‘회사에 취직만 하면··· 이란 동일수법 2차 사기에 속아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를 도서관에서 학점관리 스펙 관리를 하느라 참았다.
그러다 회사에 입사하면 매일매일 윗사람 눈치를 보고 그들이 뭘 좋아할까를 나의 행동 기준으로 삼으며, 동일한 보고서를 수십 개의 버전으로 만드는 생쇼를 하면서도 우린 또 참고 참는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과, ‘사회생활'이라는 불가피함 사이에서 내 인생은 어느덧, 스스로가 아닌 타인이 정해주는 기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기성복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타인의 욕구, 바람, 신념이 기준이 아닌 오롯이 내가 기준이 되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해 봤을 때가 언제일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참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오로지 나만을 생각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는 선뜻 답을 내리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나만을 위해 무언가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거창하지 않더라도 나만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것은 힘든 회사 생활을 견디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감정노동도 에너지가 충분해야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과 에너지가 계속 소진될 수밖에 없는 회사 생활을 버텨 내려면 정신적 에너지가 번아웃(Burn-out) 되기 전에 주기적으로 충전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 영혼을 충만하게 해 주는 건 어떤 것인지 '나만의 에너지 충전법'부터 아는 것부터 필요하다.
1. (Where) 내가 좋아하는 장소 (또는)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어디인가?
2. (Who) 만나면 내가 다른 사람을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사람 (또는)내 존재 자체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3. (What) 나에게 힘을 주는 음식, 물건, 반려동물 또는 활동은 무엇인가?
하기 싫은 것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나만의 안식처에서 친한 친구를 만나 소울푸드도 먹고 내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무언가를 해보자. 만약 누구와 함께 하기보단 혼자가 편하다면 그것도 괜찮다. 힘들게 일한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혼자 게임을 장시간 한다거나, 지나친 과소비를 하는 것은 정신을 오히려 피폐하게 하거나 잠깐의 쾌락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좋다.
가고 싶었지만 선뜻 가지 못했던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가심비 좋은 럭셔리 마사지를 받는 등, 나의 몸과 마음이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주기적으로 하는 걸 추천한다. 소중한 나 자신이 고달픈 사회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