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찾아서
이 책을 쓴 시점의 나는 더 가지지 못해 불안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될까 두렵지도 않다. 나를 갈라놓는 세상에 맞서 결국 나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 마주하는 이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우릴 향해 팔을 벌려주었다. 나는 그 품에서 두려움이 아닌 경이로움을 느낀다.
2년 5개월 전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생애 첫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거기서 내 인생의 스승이 될 분을 만났다. 바로 모임을 이끄는 클럽장님이다. 내게 지금까지 알던 삶과는 다른 시선을 제시해 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 모임과는 지금까지도 함께하고 있다. 내 인생을 바꿨고, 앞으로도 바꿔 갈 모임이다.
과학책을 주로 읽던 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인문학까지 관심이 뻗쳤다. 내가 읽는 책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갔다. 손에 쥐어진 책이라는 현미경을 통해 내 삶을 요목조목 뜯어보기 시작했다. 클럽장님과 멤버들의 목소리는 내 생각을 부숴버리기 일쑤였고, 모임이 끝날 때가 되면 상처로 너덜너덜해져 마지막 발언을 얼버무리곤 했다. 그렇게 뜯기고 부서진 나는 아물며 더 넓어지기 시작했다. 찢어진 근육이 아무는 과정을 통해 커지듯 말이다.
넓어지는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자신을 마주하는 게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고, 당연히 의지대로 살아갈 수도 없다. 그렇게 휩쓸리는 줄도 모르고 휩쓸려 살게 된다. 나도 지금까지 외부에서 주입된 의지들이 내 의지인 줄 착각하며 살아왔다.
슬프게도 한국에는 자신을 마주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가 너무도 많다. 자본주의가 잉태한 성과사회, 물질주의, 주의력 산업, 쾌락주의, 덧없는 인간관계 등이다. 그 어느 때보다 생각에 빠지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돈을 벌어도, 많은 사람을 만나도, 풍성한 오락 거리에 둘러싸여도 가슴속에 우울함과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와 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이 책에는 나를 갈라놓는 요인들에 마주하며 극복해나가는 여정이 담겨있다.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쟁탈전이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책에서 받은 선물을 혼자 누릴 수는 없다. 어차피 내 안에 고여 있다 썩을 것들, 힘껏 내뱉어 본다. 내 여정이 누군가의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죽은 시인의 사회>는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깨워주는 감동적인 영화다. 영화에서 모임을 시작할 때마다 낭송하는 시구가 있는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 <월든>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여정을 시작하는데도 가장 적합할 것 같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속에 왔다.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기 위해 사려 깊게 살고 싶다. 삶이 아닌 것을 모두 떨치고,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