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고민우체통에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고민은 '진로'에 관한 고민인데요. 아마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보지 않은 분은 없을 겁니다. 이번에 고민을 보내주신 분은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계실까요?
* 익명성 보장을 위해 사연은 충분히 수정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달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악기를 전공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요즘 제 고민은 '전공을 바꿔야 할까?'라는 고민입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학교 성적도 나름 잘 나왔지만, 진로를 고민하다 보니 수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진로를 악기 연주로 바꿨어요.
전공을 바꾸니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예고에 입학했죠.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실력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채웠어요.
어느덧, 발표회 날이 다가왔어요.
그동안 너무 무리한 탓인지, 긴장을 한 탓인지 몸이 좋지 않아 발표회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병원에 가야만 했죠. 결과만 바라보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발표조차 하지 못하니 허무함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방학 때는 쉬면서 재충전을 하기로 했죠. 문제는 한번 쉬기 시작하니 쉬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분명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제가 악기 연주에 소질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하는 줄 알았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수의사를 준비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잘 졸업하기만 하면 힘든 일은 더 이상 없을까요?
미래에도 이렇게 계속 단순 노동처럼 힘든 하루하루가 반복된다면, 차라리 전공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이 돼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힘든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힘든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번 고민을 계기로 현명한 답을 찾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반달님도 처음에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악기 연주로 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그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좋아할 것 같은 걸 직접 해보고 실제로도 좋으면 더 좋아하게 되고, 자신과 맞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게 된다. 싫어하는 것도 싫어할 것 같았지만 막상 해봤는데 좋으면 좋아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싫어할 것 같았는데 직접 해보니 싫어하는 게 맞다면 그때가 돼서야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아직 학생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심지어 나이가 많은 어른들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반달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평생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건 당연하다.
반달님도 진로를 바꿔서, 하던 공부가 아닌 다른 공부를 시작하며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을 거다.
사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요즘에는 꿈이 유튜버인 분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유튜브를 보면 재미있는 영상도 많고, 유익한 영상도 많고,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도 재미있게 일하는 것 같아서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쉽게 일하면서 돈도 많이 번다고 생각해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모든 유튜버가 돈도 잘 벌고, 콘텐츠도 잘 만들고, 재미있게만 일하는 건 아니다.
내가 유튜브에서 '고민우체통' 채널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서관에 사는 남자' 채널이나 '조랩' 채널은 시작한 지 벌써 4년은 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구독자 수는 그리 많지 않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혼자 일하기 때문에 혼자 직접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대본도 혼자 쓰고, 촬영이나 편집, 썸네일 만들기 등 수많은 과정을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사실 힘들 때가 훨씬 많다.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을 모두 밖에 나가서 일하는 데 썼다면 지금보다 돈도 훨씬 많이 벌고, 훨씬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도 힘든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운동선수들, 최고의 연주가들, 심지어 일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도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기에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거다. 우리가 실제로 볼 수 있는 모습은 그 사람의, 그 직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어떤 일을 선택하든 힘든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단순히 힘들다고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도 힘든 순간은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다. 그 힘든 순간을 이겨내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고,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일이고, 본인이 직접 선택한 일이라면 일단 끝까지 가봐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일에는 힘든 순간이 있다. 그 힘든 순간에서 포기한다면 그 뒤의 일은 경험하지 못한 채 자신이 선택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된다. 과정에서 포기한다면 결과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끝까지 가봐야 정말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맞지 않는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저 결과로 가는 '과정'이 힘들다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일은 결코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피하는 것은 습관이 될 수 있다.
악기 연주는 좋아하는데 연습하는 과정,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포기한다면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 연주를 할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과정은 원래 힘든 법이다.
조금만 노력해도 노력한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무슨 일이든 쉽고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대부분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주어진다. 물론, 노력한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가 주어질 때가 더 많다.
만약 끝까지 가봤는데도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라면, 그때 다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면 된다.
'그러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낸 사람은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힘든 과정을 이겨낼 힘을 가지게 된다. 그 힘으로는 어떤 힘든 과정이든 이겨내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일단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가보자.
과정이 죽도록 싫지만 않다면 말이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인생에는 결과만 남는 게 아니니 말이다.
만약 스무 살이 돼서 진로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적어도 6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스무 살까지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10년이 조금 넘을 텐데, 남은 60년보다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이 훨씬 소중할까?
지금까지 반달님께서 보내주신 고민에 답변을 드렸습니다.
사실 답변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정확한 답을 드린 게 아니라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고민이 되실 수 있는데요.
자기 인생의 답은 본인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아무리 고민을 자세하게 적어서 보내주셨다고 해도 고민만 읽어서는 반달님이 어떤 분이신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냥' 하면 됩니다.
학교에서 반드시 1등을 해야만, 성적이 높아야만, 좋은 대학을 가야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최고가 되어야만 할 필요도 없죠. 그러니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전반적 삶의 질은 단지 객관적 상황만으로 유발되는 결과가 아니다. 가진 돈의 액수나, 소유한 차종이나,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좋아요 개수 따위만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기로 선택한 삶의 측면에 따라서도 결정된다.’
_ <괜찮아지는 심리학>,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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