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으로 보이려는 노력

26살 인솔자의 고충

by 손예림

어렸을 적부터 동안이라는 소리를 줄기차게 들어왔는데 아직도 내 얼굴은 제 나이를 못 찾아가고 있다. 한창 취업에 관심이 생기던 대학생 시절,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3학년이라고 하면 고등학교 3학년으로 보였던 나였다. 그런 내가 경력으로 인정받는 해외여행 인솔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소속된 회사 실장님은 최대한 나이 들어 보이게 다녀야 한다고 걱정하셨다. 동안이 스펙이 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노안으로 보이려고 발악하는 역주행 노선을 타게 되다니. 동안의 필수 메이크업인 블러셔를 두드리는 횟수를 줄였다. 반짝거리는 쉐도우 대신 입술의 빈틈을 매우는 걸로 위안 삼았다. 옷차림에서도 대학생 티를 벗어내야만 했는데, 평소에 사지도 않던 스타일의 옷에 돈을 쓰려니 아깝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 보이는 생글진 목소리까지는 손을 댈 수가 없어 성숙한 여자인 것처럼 보이려고 성우마냥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른다.


인솔자가 출장을 배정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공식적인 업무는 손님들에게 안내 문자 및 전화를 드리는 일이다. 직접 만나지는 않더라도 나에 대한 1차적인 이미지가 잡히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같은 멘트를 녹음해보며 만족스러울 때까지 톤과 억양을 잡아보았다.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름 10살 위까지 위장이 될 것 같았다. 10년 뒤의 나와 접신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웬걸. 공항에서 손님이 나를 보자마자 한 말, "목소리가 아주 아기 같던데, 정말 아기였네!". 띠로리. 녹음까지 하며 연습했던 시간이 공중분해되는 순간이었다.


인솔자는 경력이 쌓일수록 노련해지고 경험이 실력으로 곧장 드러나는 직업이다. 그러다보니 나이에 대한 편견이 흔한 현장이다. 나이가 경력을 말해주는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초짜여도 나이 들어서 시작하는 분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동안이라는 덕을 보고 살아왔는데 애써 나이 들어 보이려고 애쓰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듯했고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현재 내 신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발산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에게 미안해졌다. 그렇게 벌써 2020년이 찾아왔다. 새해에 스페인 출장에서 1살을 더 먹고 나이 스펙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26살의 고충이 조금은 해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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