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로만 가득했다. 실패도 해봐야 단단해지는 법인데, 워낙 어렸을 적부터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가득하여 사람 보는 눈을 키우지 못했다. 그런 내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여행 패키지를 인솔하게 되었다.
여행 패키지는 돈을 버는 수단이기도 했지만 사람 공부의 기회이기도 했다. 어쩌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단 한 가지 공통점으로 묶인다. 시간과 돈을 소비하러 온 그들에게 인솔자는 남다른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버스에서도 비행기에서도 호텔에서도. 심지어 핸드폰은 24시간 대기. 물리적으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 온종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여있다 보니 손님들과는 다르게 나에게는 그냥 여행이 아니라 사람여행이기도 하다.
언젠가 읽었던 자기 계발서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까지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나야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만들 수 있다고. 만나는 사람들을 다르게 설정해봐야 한다고. 그래야 지만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고, 안 해보던 행동도 하게 되고, 낯선 선택지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내 생각에 인솔자는 이에 완전히 충족되는 직업이다. 패키지여행 상품에는 전국 각지에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같은 기간의 상품이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서 온 사람도 있고, 한가한 시간을 채우러 온 사람도 있다. 또 같은 상품가로 예약을 했지만 그들이 체감하는 상품 가격의 친절도 역시 다를 것이다. 그렇게 돈과 시간을 투자한 여행 일정이라는 굴레에 속하게 된다. 편안하지 않는 타인과 부대끼고 적응되지 않는 시차에 몸을 맡겨가며 그 굴레의 일부가 되어 간다.
통계를 보면 모집단에서 표본집단을 선택할 때 무작위로 선정한 결괏값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한다. 지극히 내 관점에서 본다면, 나에게도 이들은 별안간 무작위로 엮인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현실적이게도 좋은 사람이라는 결괏값으로만 나오지 않는다. 별 사람들이 다 나온다. 정확히 평균의 법칙에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아무리 똑같은 관광지에서 똑같은 작품을 보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호텔에서 잠을 자지만 똑같은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솔자는 각기 다르게 도출된 그들의 생각과 느낌이 '긍정적'이라는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 정신을 다시금 발휘해야 한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주는 것보다 후한 무게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여행이 일이 된다면 인솔자에게는 사람여행이 된다. 조금 다른 의미로 일상에서 벗어난,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쉽지 않은 시간이다. 남다른 여행가로서 얻게 되는 것은 참으로 많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